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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모의 말을 들은 원유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유희야?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아뇨…… 별거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고 노력했다. “근데 너 언제 올 거니? 고모가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거로 한 상 거하게 차려줄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가기 전에 전화 드릴게요.” “아 그래? 그럼 알겠어…….” 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충격을 받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김신걸이 돈만 많을 뿐, 제성의 큰손일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루빨리 이곳에서 도망쳐야 해. 해외로 뜨기만 하면 김신걸은 나를 찾을 수 없을 거야.’ 그녀는 고모에게 여권을 받자마자 가장 빠른 비행기로 떠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는 남월만과 김신걸이라는 큰 벽이 존재했다. * 또다시 찾아온 저녁 시간. 그녀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둘러봤다. ‘이번에도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밥과 샐러드뿐.’ 그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해산물 냄새에 젓가락을 집은 손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살기 위해 억지로 음식을 입에 넣었다. 하인은 그녀를 지켜보며 저렇게 먹다가는 얼마 가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급히 몸을 돌려 부엌 밖으로 나가 해림을 찾았다. “큰 집사님! 원 씨 아가씨가 또 샐러드만 먹고 있어요!” 해림은 굳은 표정으로 하인을 보았다. “당장 들어가서 아가씨를 잘 감시해.” * 마천빌딩 최고층에 위치한 사무실. 김신걸은 푹신한 의자에 반쯤 누워 전화를 받았다. “왜 무슨 일이야?” “그…….” 해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해림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깨진 그릇의 파편과 밥, 반찬들이 바닥에 쏟아져있었다. 그 옆에는 원유희가 엎드린 채 기침을 했고, 팔에는 두드러기가 잔뜩 올라왔다. “김 선생님, 아가씨께서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해림이 말했다. “병원으로 보내.” “예.” 차에 올라탄 원유희는 유리창에 기대어 차창 밖의 풍경을 보았다. 10분 후, 두드러기가 그녀의 얼굴과 목을 덮었다. 원유희는 숨쉬기가 힘든 듯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이러다 곧 죽겠어…….’ 원유희는 죽고 싶지 않았다. 아니, 죽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그녀는 이미 쇼크 상태로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송욱은 원유희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의사생활 처음으로 이렇게 심한 알레르기 환자는 처음이었다. 김신걸의 프라이빗 닥터인 송욱은 결국 원유희를 살려냈다. 한밤중 불이 꺼진 병실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잠시 후 VIP병실의 문이 열리더니 검은 그림자가 병상을 향해 다가왔다. “맛이 어때?”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병실의 적막을 깼다. “…….” “아깝다. 좀만 일찍 왔으면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원유희는 서서히 깨어나는 의식을 느끼며 햇살 가득한 유리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벌써 아침이라니. 원유희는 산소마스크를 벗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그녀의 얼굴엔 여전히 두드러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원유희는 비록 죽을 뻔했지만, 남월만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뻤다. 그녀는 일어나 자신의 얼굴에 남은 두드러기 흔적을 만졌다. 회진을 돌던 송욱이 깨어난 원유희를 보고 “그 두드러기는 이틀 후면 사라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원유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자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제가 이 병원의 원장 겸 김 선생님의 프라이빗 닥터입니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파워를 실감해 깜짝 놀랐다. 송욱은 원유희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았다. 그는 오랜 기간 김신걸의 닥터로 있었지만 그가 여자를 데리고 병원에 온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신걸의 집사인 해림이 그녀를 데리고 오다니. 송욱은 원유희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제 저녁부터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와 눈을 뜰 수 없던 원유희는 수액을 맞고 부기가 빠지면서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녀의 피부는 울긋불긋했지만 이목구비는 여전히 수려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김신걸이 데리고 오다니.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지?’송욱은 궁금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다음 회진을 위해 자리를 떴다. “잘 쉬고 계세요. 무슨 일 있으면 옆에 벨 누르시고.” “예. 고마워요.” “별말씀을.” 병실 문이 닫히자 원유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김신걸의 프라이빗 닥터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벨은 절대 누르지 않으리…….’ 그녀는 김신걸이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는 상상을 했다. 그렇다면 주삿바늘을 뽑고 바로 병원을 탈출할 텐데. 그녀는 남월만을 빠져나오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해산물을 입에 댔다. 만약 그녀가 해산물을 먹지 않았다면 삼엄한 그곳에서 평생 썩었을 것이다. 김신걸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막 점심이 지나자 간호사가 와서 그녀의 수액을 갈았다. 원유희는 간호사를 빤히 보았다. 잠시 후,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원유희의 병실에서 나왔다. 그 간호사는 링거액과 바늘을 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더니 들고 있던 것을 의료수거함에 집어 넣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녀는 바로 간호사로 위장한 원유희였다. 문이 닫히려던 순간. 한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미안합니다!”의사가 원유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엘리베이터는 3층에 도착했고, 그녀는 그 길로 냅다 비상구로 달려가 간호복을 벗고 출입문으로 돌진했다. 그녀는 택시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택시에 올라타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속옷 속에 숨겨온 핸드폰을 꺼내 원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모, 지금 바로 공항으로 와줄 수 있어요?” “뭐? 거긴 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 공항으로 가세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 비행기티켓도 사주시고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원유희는 다급한 목소리로 택시기사에게 “좀 더 빨리 갈 수 없나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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