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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원유희는 돌아온 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김신걸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하긴, 다 걔 손바닥 안에 일인데 급해할 이유가 없지.’ 맹수가 사냥감을 잡은 것처럼, 배고프지 않은 맹수는 한 한동안 불쌍한 사냥감을 가지고 논다. 그러다가 배고파지면 사냥감을 삼켜버린다. 밤에 자기 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원유희는 폰을 무음모드로 바꿨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에 있다면, 전화를 받지 않는 원유희를 의심할까 봐 아예 소리를 껐다. 이모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이번 한 번이 아니었다. 원유희는 나이가 좀 많은 사람은 폰을 계속 가지고 있는 습관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막 어렴풋이 자려고 하는데 원유희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나쁜 사람이 다가올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이어서 침대가 눌리어지더니 한 그림자가 원유희의 몸을 덮었다. “음…….” 원유희는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지 다 알 수 있었다. 그 강하고 드센 기운이 원유희를 휘감아 산소를 희박하게 만들었다. “이젠 걸을 수 있다며?” 김신걸은 원유희의 귀를 깨물며 동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간지럽다고 느낀 원유희는 얼굴을 비켰지만 아무리 비켜도 피할 수 없었고 오히려 김신길을 더 자극했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작은 입술을 탐했고 원유희는 흠칫 놀라더니 곧 받아들였다. 조금 후, 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쥐고 굵고 묵직한 소리로 물었다. “계속 날 자극하면 네가 책임져줄 거야?” 원유희는 다급하게 숨을 헐떡였다 “내 탓은 아니잖아?” 김신걸은 원유희의 얄미운 모습을 보면서 핏줄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참았고 눈빛은 아주 사나웠는바 한입에 원유희를 삼킬 기세였다. 원유희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좀 참아 봐, 잘못하다 고장나면 영원히 못 먹는 거야.” 원유희는 김신걸의 위험하고 짙은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김신걸이 정말로 이성을 잃을까봐 두려웠다. “그 정도로 인간 말종은 아니야.” 김신걸은 굳은 표정으로 원유희를 내려다보았다. ‘너 같은 인간 말종이 또 어디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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