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진명은 올해 26살이다. 그는 강성 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데릴사위이다. 3년간 마 씨 가문의 노예가 되어 자존심을 굽힌 채로 기어 다녔다. 그런 그가 어젯밤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3년간 마 씨 가문의 회사에서 소처럼 일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는 아내, 마이슬에게 모든 월급을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그는 묵묵히 빨래, 청소,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이렇게만 한다면 감동받은 아내가 자신과 백년해로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아내는 뜻밖의 선물로 보답했다.
그건 바로 아기다.
그렇다.
아니, 3년 동안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었던 아내가 임신이라니!
그런 그가 아빠가 된다니!
기분 좋아야 하는 일인가.
“야, 빨래도 청소도 깨끗하게 좀 하라고!”
“너 같은 쓰레기에게 뭘 더 바라겠니!”
“우리 집안에서 널 거둬줘봤자 뭐해, 차라리 개를 키우는 게 낫겠다!”
......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모 이하란이 진명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명이 고개를 들었다. 분노에 차있는 그의 두 눈은 핏발이 서서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어머니!”
진명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최대한 눌렀다.
“어머니는 누가 네 어머니니, 너 같은 머저리는 그렇게 부를 자격이 없다!”
이하란의 표정은 혐오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진명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3년 전, 진명은 우연히 쓰러진 마 씨 가문의 어르신을 발견하였다.
그가 마 씨 어르신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기에 어르신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후, 마 씨 어르신은 집안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명에 보답하기 위해 본인의 친손녀인 마이슬과 혼인시켰다.
그리하여 진명은 마 씨 가문에 들어가 3년 동안 데릴사위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3년이다!
3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진명은 그들을 살갑게 대하면 마음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돼먹은 모녀는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마이슬 가족은 고아에다 능력도 없고 뒷배도 없는 진명을 뼛속까지 경멸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이슬 가족은 트집을 잡았으며 걸핏하면 폭력에 욕설을 퍼부었다.
마 씨 가문에서 그를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은 마 씨 어르신뿐이었다.
덕분에 장모 이하란은 한동안 수그러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전 마 씨 어르신이 병으로 돌아가신 후, 이하란과 가족들은 뜻을 모아 진명을 쫓아내고 싶어 했다.
그는 굴러들어 온 돌이 되어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
방문이 열리자 취기가 가득한 마이슬이 화려한 차림새로 등장했다. 검은 스타킹을 신은 쭉 뻗은 긴 다리로 어슬렁거리면서 말이다. 홍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더욱 유혹적이었다.
그녀!
그녀가 돌아왔다.
진명이 고개를 들었다. 괴로움이 소용돌이쳤다. 임신한 몸으로 밖에서 술을 마시다니!
진명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마이슬은 그런 그를 단번에 뿌리쳤다.
“손대지 마!”
“빨리 짐 싸서 꺼져, 내일 법원 가서 이혼해!”
“뭐?”
이때 장모가 걸어 나오더니 넋이 나간 진명에게 소리쳤다.
“야, 뭐하고 있어, 빨리 가서 이슬이 발 씻길 물 받아오지 않고!”
장모가 아부 섞인 표정으로 마이슬 옆으로 다가갔고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걱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술은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태아에게 좋지 않아.”
“도련님의 아들을 품었는데 유산하면 안 되지”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장모는 남자아이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남자 아이어 야만 딸에게 손 씨 가문의 부인이 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장모가 진명을 쫓아내지 않은 것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자신의 딸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보모를 구하려면 돈 또한 더 들기 때문이다.
“필요 없어!”
“진명, 지난 3년 동안 너 같은 머저리에게 질릴 만큼 질렸어!”
“내일 이혼하자!”
마이슬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명을 힐끗 보았다.
진명의 가슴은 구멍이 난 것 마냥 아팠다. 진명은 자신이 마이슬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3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이렇게 고생해서 얻은 결말이 이혼이라는 두 글자라니, 그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응, 하긴”
장모도 빠르게 수긍하였다. “곧 손 씨 가문의 아이가 태어날 텐데, 계속 같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 안 좋다.”
“엄마, 나 너무 피곤해서 방에 가서 쉬어야겠다. 부축해 줘.”
“이 바보는 보기만 해도 토 쏠려!”
마이슬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가 불룩해지면 도련님 곁에 다른 여우 같은 계집들이 들러붙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장모는 마이슬을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면서 진명에게 비아냥거렸다. “빨리 안 꺼져? 왜, 남아서 아빠라도 되고 싶은 모양이지?”
순간적으로 굴욕, 분노 등 많은 감정이 몰아쳐왔다. 진명은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무자비하게 집에서 쫓겨났다. 3년간의 써온 모든 물건들이, 심지어 주민등록증마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진명의 가슴은 미칠 듯이 아려왔다.
돌아갈 집이 없었다.
3년 동안 그는 월급을 곧이곧대로 바쳐왔고, 장모 또한 당연하게도 돈을 받아왔다. 진명은 진정한 떠돌이가 된 기분이었다.
길을 걷다 보니 진명은 어느새 묘지 앞에 와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차가운 공기가 덮쳐왔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묘비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분노해야 할지, 절망해야 할지, 아니면 실망해야 할지 마음이 복잡했다.
말없이 마주한 묘비는 마 씨 어르신의 묘비이다. 3년 동안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준 마 씨 어르신, 쫓겨난 진명은 그런 마 씨 어르신께 마지막으로 제사를 올리고 싶었다.
말이 좋아 제사지, 그는 땡전 한 푼 없이 쫓겨나 싸구려 소주조차도 올리지 못했다.
“할아버지, 3년 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면 이슬이와 이혼하게 되네요.”
“할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려서 죄송합니다...”
진명은 어둠 속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마 씨 어르신의 묘비 앞에서 연신 절을 올렸다.
그러고는 목걸이를 꺼내 쥐더니, 묘비를 등지고 멍하니 앉아 혼자 상처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목걸이가 그의 분노와 굴욕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하얀 빛을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