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은지야, 나 너무 더워...”
강리나는 그 말에 입술을 움찔하며 말하고 싶었다.
‘난 은지가 아닌데.’
하지만 입이 열리기도 전에 도로 삼켜 버렸다.
남자의 숨결이 전해와 그녀의 모든 감각을 흐트렸다.
“난 은지가 아니...”
여자의 조금 초조한 목소리가 다급한 키스에 삼켜졌다.
상대방은 굶주린 늑대처럼 그녀에게 계속 키스했고 한바탕 서늘한 기운과 함께 마지막 방비가 흐트러졌다.
강리나는 온몸이 경직된 채 자신을 보호하려 남자를 밀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녀의 눈에 잘생긴 얼굴이 보였는데 그는 얼굴선이 매끄럽고 턱선은 차갑고 딱딱했다.
살짝 치켜 들었던 그의 턱이 아래로 내려갔고 강리나는 그 얼굴을 똑똑히 보며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성시후였어!’
성시후는 여자 친구가 있다. 그들은 방금 술자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갑자기 힘이 솟아난 그녀는 그가 잡고 있던 손목을 필사적으로 빼려 애썼지만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강리나는 다급한 나머지 울먹이며 말했다.
“이거 놔요!”
“난 하은지가 아니라 강리나라고요!”
“놔...”
성시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하는 것 것처럼 모든 거절은 다 소용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든 것이 평온해졌고 강리나는 절망했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 계셨고 아버지의 사건은 곧 검찰에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
‘이게 뭐야...’
넋을 잃고 괴로워하던 중 강리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들었다.
“시후 씨는 어디 갔지? 아까 위층으로 올라가서 쉬자고 하지 않았어?”
“몰라.”
“이 방문이 왜 열려 있지?”
끼익.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딸깍' 하고 불이 켜졌다.
“성시 후, 뭐 하는 거야?”
통제가 안 되는 듯한 악에 받친 여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강리나는 멍하니 눈길을 돌리다가 하은지를 보았다.
‘성시후의 여자 친구다.’
난감해진 그녀는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성시후의 목소리엔 놀라움과 분노로 가득했다.
강리나는 그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눈에서 놀라움과 혐오감을 발견하고 문득 자신이 그를 꾀어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강리나는 억울하고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요. 시후 씨가 억지로...”
하은지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성시후, 우리 헤어지자!”
말을 마친 그녀는 울면서 달려나갔다.
성시후는 바지를 추켜올리고 황급히 쫓아나갔고 강리나는 옷이 흐트러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문밖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소리가 한 마디 한 마디 귀에 들려왔다.
“아무리 저 자리가 욕심난다고 해도 내연녀가 되면 안 되지.”
“뻔뻔스러워!”
“쟤 아빠가 직무상 편리로 300여 명의 여자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돌렸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