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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허진우의 시선은 아주 무거웠는데 마치 태산이 그녀를 누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았고 싸늘한 눈빛을 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 "나 때문에 사무실 옮겼어?" 주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시비 걸까 봐?" "응." "내가 정말 그러고 싶으면 네가 몇 번을 옮겨도 상관없어." 그녀는 소리를 깔고 말했다. "제발 부탁인데 나한테 시비 걸지 마." "성의가 없네." "무릎이라도 꿇어? 이렇게 사람 모욕하면 안 되지." 허진우는 멈칫했고 말하지 않았다. 주아린은 그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한테 시비 걸려고 특별히 찾아온 거야? 나 때문에 이렇게 오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그렇게 나빠?" 허진우는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아." "네 아버지가 날 찾아왔어." 허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아린은 머리가 찌근해 났다. '아빠한테 허진우에 관해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지?' 주아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찾아왔는데?" 허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물었어." "우리 일을 말한 적 없어, 네 얘기 한 적도 없고, 무시해도 돼." 주아린은 해명하는 게 아니라, 그들한테 잘 말하고 싶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자기가 시켜서 갔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허진우가 물었다. "두 사람 사이 안 좋아?" "좋았으면 너랑 결혼 안 했겠지." 허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주아린은 여전히 머리를 돌리지 않았고 그를 등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계속 옛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완전히 잊고 싶었지만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을 수 없었고 자기도 모르게 떠올랐다. "네 여동생에 관해서도 말해서 진해철한테 처리하라고 했어, 그래도 네 여동생이잖아..." 그가 말한 건 아마 주지아가 남서희의 물건을 훔친 일인 것 같았다. 그 일에 관해 주아린은 처음부터 입장을 표명했기에 바로 허진우의 말을 끊었다. "나랑 상관없어." 그녀는 허진우가 어떻게 처리하든 관심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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