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아니라면 왜 절 모함해요?”
“내가 언제?”
남서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모함이라는 거죠? 전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찾아가….”
“허진우요?”
주아린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이미 이혼한 사이에요. 더는 찾을 일 없고요.”
“당신한테 다른 속셈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오빠 옆에서 떨어지는 게 좋을 거야!”
주아린은 더 해명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자리를 떠났지만 남서희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주아린, 고고한 척하지 마.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오빠 좋아하는 마음은 접어야 할 거야.”
“내키지 않은 적 없고요. 당신이 믿든 말든, 이미 이혼한 사이에 더 엮이고 싶지 않아요.”
말을 마친 주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남서희 씨, 저를 괴롭혀봤자 아무런 의미 없어요. 더 이상 저한테 두 사람이 꽁냥대는 사진이나 영상 안 보내도 돼요.”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아? 내가 믿게 하려면, 그래. 영원히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남성시를 떠나라고!”
도대체 얼마나 마음이 놓이지 않길래 이렇게까지 찾아와서 확실히 쫓아내려고 하는 걸까?
주아린은 떠날 이유가 없었다. 떠나는 게 하필 주아린일 이유는 없었다.
남서희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나 곧 있으면 진우 오빠랑 결혼해서 아이도 낳을 거야, 주아린, 그걸 보고도 괜찮겠어?”
결혼해서 아이를….
그 말에 주아린은 그다지 좋지 못한 기억들이 떠올라 입술을 달싹였다.
“결혼이야 믿겠는데, 아이? 확실해요?”
“왜, 못 믿겠어?”
주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허진우한테 비뇨기과 가서 검사라고 하라고 충고하는 건 어때요. 낳을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인 것 같은데.”
마냥 주아린의 탓은 아니었다. 남서희가 이렇게까지 몰아부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런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남서희는 알아듣지 못한 듯 순간 멈칫했다.
주아린은 인내심 있게 말했다.
“아니면 내가 왜 이렇게 급하게 이혼하려고 한 것 같은데요? 안 되는 남자랑 사는 거, 정말 힘들더라고.”
말을 마친 주아린은 남서희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그녀를 지나쳤다.
……
“너 남서희한테 허진우가 그게 안 된다고 한 거야? 아니, 허진우 진짜로 그래?”
주아린의 기분은 겉보기만큼 평온하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조하영과 저녁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짜증도 나고 역겹기도 했다.
“….”
“아니, 너희 애를 가지지 않았던 이유가 허진우가 안 돼서 그랬던 거야?”
주아린은 미간을 꾹 눌렀다.
“포인트가 좀 빗나간 것 같지 않니….”
이제 와서 보니 조금 후회가 됐다. 만약 허진우가 알기라도 한다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쩔 수 없었다.
조하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럴 리가?”
“나도 몰라. 어쩌면 남서희는 예외일 수도 있지. 어쩌면 곧 아이를 가질 수도… 우욱….”
말을 반쯤 하던 주아린은 속이 뒤집혀지는 기분이라 얼른 화장실로 뛰어갔다.
“린아, 왜 그래?”
주아린은 한참을 헛구역질을 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 핏기 하나 없었다.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본 주아린은 창백한 얼굴에 입술을 꾹 다문 채 한참을 진정했다.
“괜찮아. 저녁을 굶었더니 속이 메스껍네.”
조하영은 잠시 멈칫하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마지막으로 생리했던 때가 언제야?”
“….”
조하영의 말에 주아린은 멈칫했다. 그녀의 주기는 일정하지 않아 그런 것을 기억하지 않았었다. 허진우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고 두 사람은 관계를 맺을 때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있는 데다 체질 자체가 허약한 탓에 허진우는 한 번을 약을 건 한 적 없이 스스로 피임을 했었다.
“린아, 내일 병원 가서 검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