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장
그가 입을 열었다.
“주아린 씨가 새로운 감정에 진입할 생각이 없다는 거 알아요. 강요할 생각도 없고요. 다만 주아린 씨가 정말로 괜찮은 건지 확인은 해야겠어요. 문 한번 열어줄 수 없을까요?”
주아린은 잠시 머뭇거리다 끝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정말 괜찮으니까 그냥 가세요.”
“그럼 문 열어서 제가 확인 좀 해볼게요.”
잠시의 밀당 끝에 주아린은 그가 이대로는 물러설 것 같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확인하셨죠?”
주한기는 방금 울었던 모습이 역력한 그녀를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아무 일 없었어요.”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한들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그녀는 아무런 답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주한기를 보면 허진우가 떠오르게 된다.
두 사람은 친척일지라도 허진우가 한 짓은 주한기하고 관련이 없는 일이라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도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방금 허진우가 했던 행동들은 성희롱이다.
그녀는 매우 신경이 쓰이고 분노가 치밀었다.
주한기는 더 캐묻지 않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주아린이 답했다.
“주한기 씨가 잘못한 거 없어요. 주한기 씨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고요.”
주한기는 입술을 오므렸다.
“주아린 씨, 제가...”
“더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마세요. 더 할 얘기도 없고요. 전에는 허진우 씨하고 주한기 씨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몰랐었지만 이제는 다 알게 됐잖아요.”
주아린은 침묵하다 이내 말을 이었다.
“저는 허진우 씨하고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허진우 씨하고 주한기 씨의 관계를 알기 전에는 저도 주한기 씨를 고객 그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 명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허진우 씨 주변 인물과 그 어떠한 사이로도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아요. 제 말들이 주한기 씨의 마음에 상처를 준 거라면 사과드리도록 하죠.”
그녀는 허진우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
주한기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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