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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뭘 그렇게 쳐다봐?” 눈을 감고 있던 그가 갑자기 입을 열자 화들짝 놀란 그녀는 얼른 시선을 회피하며 그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런 적 없어.” 허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주한기가 찾아왔다. 어떻게 이 병원을 찾아온 건지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건 허진우도 병실에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주한기는 허진우를 보고 나자 한순간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표정을 회복했다. 허진우는 그가 나타날 줄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는 주아린은 침대 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허진우가 먼저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이 얘기할 수 있게 자리 비켜줄까?” “그래 주면 고맙지.” 주한기도 직설적으로 답하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정신이 혼미하기만 한 주아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다. 허진우는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그건 안 돼.” 주한기는 피식 미소를 터뜨리더니 주아린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네, 지금은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여기에 있는 줄은 어떻게 아신 거예요?” “아침에 주아린 씨 작업실로 찾아갔었는데 비서분이 주아린 씨가 아파서 입원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그 비서분도 주아린 씨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모르는 눈치였고요. 그래서 제가 잠시 고민해 봤더니 임신한 주아린 씨가 갈 수 있는 마땅한 병원은 여기 산부인과일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거였죠.” 주한기의 대답은 한 치의 틈도 없어 보였다. 주아린이 답했다. “굳이 여기까지 와주실 필요는 없는데...” “괜찮아요. 저하고 격식을 차릴 필요 없어요.” 주한기는 한쪽 협탁에 꽃을 놓고 난 뒤 챙겨온 과일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얹어놓았다. 병실의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평온한 기온이 아닌 어색하고도 불길이 치솟는 기운이었다. 특히 그들의 주의를 받지 못한 허진우는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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