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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주아린은 저녁에 조하영하고 만나 겨우 정신을 가다듬게 되었고 조하영은 주아린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조하영은 끈질기게 캐묻고 나서야 오늘 주아린한테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듣게 되었다. “아니! 허진우의 엄마가 널 만나러 왔었다고? 그러니까 지금 유산하라는 거야?” “그런 뜻인 것 같아.”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닌 주아린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워낙 임신한 탓에 몸이 허약한데 또 기분에도 영향을 받았으니 아무리 추스르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대체 무슨 집안이래?” 조하영은 화가 나 책상을 뒤집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기를 낳던 말던 무슨 상관이라고 자꾸 참견인 거야! 누가 그 집안더러 아기를 책임지라고 했어? 이혼을 했으면 된 거잖아! 너도 허진우하고 깨끗하게 관계를 정리한 거 아니야?” “그랬지. 그런데 허 여사님은 내가 다른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나 봐. 아기를 낳고 나서 다시 허진우한테 들러붙을까 봐 걱정인 거겠지.” 주아린은 힘없이 말을 건네다 쓴 미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허진우의 신분 배경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었다. 만일 알았더라면 그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제기랄! 양심이라는 게 없는 사람들이야? 네 아기를 네가 낳고 아기의 성도 네 성을 따를 건데 대체 왜 자기들이 나서서 이 지랄인 거야! 무슨 심보로 너더러 유산하라고 명령해?” 조하영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안 되겠어! 허진우하고 제대로 따져봐야겠어! 사람을 이렇게 업신여겨도 돼?” 주아린은 흥분한 그녀를 제지시켰다. “그러지 마. 그런다고 해도 별 영향이 없을 거야. 나도 그 사람들이 동의를 하건 말건 내 아기니까 내가 알아서 잘 선택할 거야.” 그녀는 최악의 경우를 다 생각해 두고 있었다. “네가... 안쓰러워서 그래.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나라면 이판사판 볼 것 없이 그 집안하고 제대로 한판 싸웠을 거야! 특히 허진우는 이대로 가만 놔두고 싶지 않아! 사람을 임신시켜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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