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장

왠지 모르게 전남편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주아린은 스스로의 인생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그녀한테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은 전남편의 현 약혼녀이고 피해자는 그녀인데 사정을 해야 하는 사람 또한 그녀이니 말이다. 임수지는 그녀를 설득했다. “아린 씨, 아린 씨하고 전남편이 전에는 적어도 사이가 좋았던 거 아니에요? 지난번 아린 씨가 입원했을 때 그분이 아린 씨를 엄청 걱정하고 있더라고요. 잘 얘기해 보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전남편한테 현 약혼녀가 더는 아린 씨를 괴롭히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어때요?” “여자의 질투심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요.” 주아린은 침묵했다. 임수지는 그녀가 아무 말이 없는 걸 보고 말을 이었다. “물론 방금 한 말들은 저만의 생각이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린 씨한테 달렸어요. 저는 작업실이 무산된다고 해도 남편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러나 주아린한테는 남편도 없고 자신의 뒤를 봐줄 배후도 없는 터라 남은 건 오직 이 직업뿐이었다. 허진우가 남겨준 이혼 재산이라 해도 겨우 당분간만 버틸 수가 있다. 게다가 작업실은 그녀가 수년간 심혈을 기울이고 투자한 사업이라 이대로 무너지게 되면 남서희가 그녀를 더더욱 깔보게 될 것이다. 그냥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 감히 나를 남성시에서 쫓아내려 해? 이건 불공평하잖아! 남서희가 나를 쫓아내는데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니? 그럼 어디 두고 보지! 절대로 남서희 뜻대로 여길 떠나지도 않을 거고 남서희 속을 제대로 뒤집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난 주아린은 휴대폰을 꺼내 차단함에서 한 번호를 회복해 전화를 걸었다. 허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허진우도 남서희도 아닌 낯선 사람이었다. “여보세요.” 주아린은 다시 번호를 확인했으나 분명 허진우의 번호가 맞았다. 그녀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허진우의 비서인 줄로 알았다. “안녕하세요. 허진우 씨 계세요? 저는 주아린이라고 합니다.” 그쪽에서는 한참 말이 없다 이내 소리가 들렸다. “저는 허진우의 어머니예요.” 마음이 흠칫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