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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온채원은 스스로 집안일을 하면 돈을 아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일을 대신하더라도 박태성에게 돈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박태성의 아내로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위층에서 박태성은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박민철의 전화였다. 그는 당연히 교통사고에 관해 묻는 전화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3일 뒤의 연회에 채원이를 데리고 와라.” “적절하지 않습니다.” “적절? 설마 결혼한 후에도 도민지를 데리고 가려는 거냐? 처음부터 속을 태우더니, 결혼해서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채원이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 말을 마친 박민철은 박태성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박태성은 눈썹을 튕겼다. 박민철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심지어 박민철은 교통사고에 관해 묻지도 않았다. 그를 챙겨준다고 사소한 부상까지 물어보던 사람이 말이다. 집안에서 그에게만 관심을 주던 사람답지 않았다. ‘오늘 왜 이러지? 혹시 온채원이 집에서 쫓겨난 일을 고자질한 건가?’ 박태성은 바로 전화를 걸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가 온채원이 오아시스에서 나갔던 일을 아는지 확인해 봐.” 10분 후, 박태성은 답을 받았다. 그는 위험한 기운을 풍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박민철은 역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채원이 생각보다 교활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갖은 수를 써서 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속임수를 부려서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결혼 사실을 밝히게 만들었다. ‘나를 이런 식으로 얕본다는 거지.’ 박태성은 기분이 상한 채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온채원은 자신이 허락 없이 욕실에 들어간 탓에 그가 화났다고 생각했다. 그는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온채원은 입을 삐죽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화가 이렇게 오래 가?’ 온채원은 아래층에서 몇 시간을 머뭇거렸다. 박태성과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된다는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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