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장
게다가 저 모습은 질투가 분명했다.
유부녀랑 놀아나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포기하긴 싫고, 참으로 쓰레기가 따로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한참 멍 때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주수연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훈아, 아직도 한나은 씨 좋아해?”
“한나은은 내 약혼녀야.”
강지훈의 대답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직 나에게서 완전히 마음이 식은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 이미 헤어졌잖아.”
주수연의 애절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는 참으로 남자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면 남자의 마음을 약해지게 하는지 잘 알고 수위 조절도 잘하는 여자였다.
“그건 나은이가 얘기한 거고 난 동의한 적 없어. 그리고 그 여자는 나 못 떠나. 한순간 충동적으로 저지른 거고 화 풀리면 화해할 거야.”
듣고 있는 나는 참 어이가 없었다.
아직도 내가 단순히 삐져서 헤어지자는 말을 뱉은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주수연 앞에서 이런 말까지 한다는 건 둘 사이에 정말 뭐가 없었다는 얘기인 걸까?
“남자들은 다 똑같아.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한 걸 모르다가 잃은 뒤에는 아쉬워하는 거.”
주수연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가 말이 없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한나은 씨가 그렇게 좋으면서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나은 씨가 오해하는데도?”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이 가빠졌다. 나도 궁금했던 점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기 전에는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둘이 마음을 나누는 사이었다면 강지훈이 솔직하게 그녀의 앞에서 나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았을 것 같지도 않았다.
강지훈은 대답을 안 하고 있으니 진실이 궁금했던 나는 한발 앞으로 더 다가갔다.
그들은 복도에 서 있었고 맞은편에 거울이 있어서 거울을 통해 마주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지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나은 씨를 사랑하면서 왜 자꾸 나한테 와서 나를 흔들고 키스까지 했어?”
주수연의 목소리에 내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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