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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구원사랑의 구원
에:: Webfic

제8장

“나은 언니, 대표님이 찾으세요.” 나랑 같이 온 윤서아가 전화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강지훈의 집착을 낮잡아봤다. 이런 상황에서 난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강 대표님, 무슨 분부라도 있어?” “나은아.” 강지훈의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했다. 그는 미안한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오늘 왜 그렇게 일찍 간 거야? 집에 갔는데, 너 못 봤어.” 회사에 관한 얘기가 아니자, 난 옆으로 자리를 피했다. “아침 먹으려고 나왔어.” “미안, 나 어제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못 들어간 거야?” 내 마음이 순간 차가워졌다. 그리고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왜 도저히 갈 수가 없었는데?” “…….” 난 숨을 멈추고 그 대신 핑계를 대주었다. “간병인을 못 찾은 거야?” “어.”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강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은아, 너 언제 끝나? 내가 데리러 갈게. 점심 같이 먹을까?” 우리가 점심을 같이 먹었는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주민기 말대로라면, 강지훈은 계속 주수연과 같이 있었다. 근데 왜 갑자기 밥 먹자고 한 걸까? 어젯밤에 대한 보상? 아니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건가?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에 머리를 굴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저 덤덤하게 대답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 나도 감이 안 잡혀. 어차피 너 점심마다 바쁘잖아.” “나은아.” 강지훈은 내 말에 담긴 가시를 느꼈는지, 무거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 어제 내 침대에서 다른 여자를 찾으러 갔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못 하겠어? 지금은 출근 시간, 난 사적인 일로 그와 실랑이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 지금 바빠. 별일 없으면 끊을게.” 그리고 그가 말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늘의 외근 임무는 합작한 회사랑 의논해 보고, 현장을 조사하는 거다. 오전 10시 모든 토론이 끝나자, 나랑 윤서아는 현장으로 갔다. 이건 놀이동산 프로젝트인데,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있다. 현재 이미 80% 완성한 상태였다. 현재 완공한 부분이 설계도와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현장에서 체크해봐야 했다. 물론 설계도를 따라 건축한 거기에 문제가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현장 조사는 바지면 안 되었다. 난 잠시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윤서아도 오늘 내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나은 언니, 어디 불편하세요?” “응, 발 아파.” 난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만약 밖이 아니었다면 당장 신발을 벗고 발을 주물러주고 싶었다. “아.” 윤세아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다른 곳은요? 불편한 데 없어요?” 내가 약간 어리둥절해지자, 윤서아는 자기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니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어제 밤을 새웠는데, 좋을 리가 없지. 더구나 기분이 안 좋으면 메이크업을 아무리 진하게 해도 소용없었다. “곧 생리 올 때 돼서 그런가 봐.” 난 아무 핑계로 둘러대며, 핸드폰을 꺼내고 업무 처리하는 척했다. 윤소아는 말이 많은 아가씨였다. 그녀가 계속 캐물으면 둘러대기 어려울까 봐, 걱정이 되었다.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머리 위에서 드리워졌다. 윤서아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익숙한 손이 내 발목을 잡았다. 강지훈은 내 신발을 벗기고 내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렸다. 그리고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신이 발에 안 맞아?” 난 대답하지 않았다. 목구멍이 살짝 뻑뻑했다. 강지훈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야?” “아니.” 난 이렇게 말하며 발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훈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 내 발을 주물러주었다.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강지훈은 오늘 코발트블루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얀 셔츠 위의 단추가 햇빛 아래서 눈 부신 빛을 내었다. 마치 강지훈 이 사람처럼. 그는 내 외발을 주물러 주고 또 오른발도 주물러줬다. 밖에 오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강지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여자가 부러운 눈빛으로 우릴 쳐다보며 이렇게 잘생기고 여자 친구를 아끼는 남자가 드디어 현실에 나타났다고 중얼거렸다. 솔직히 나도 설레긴 했다. 어제 마음에 걸렸던 일도, 그의 부드러운 손놀림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언니, 엄청 행복하겠어요!” 윤서아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입 모양으로 나에게 말했다. 강지훈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계속 어제 일을 잡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쪼잔해 보이겠지. “뭐 먹고 싶어?” 강지훈이 나에게 물었다. “아무거나.” 비록 기분이 풀리긴 했지만 도저히 입맛이 없었다. “생선구이 먹으러 갈까? 그 집에 푸아그라 구이도 있는데, 맛 괜찮아.” 강지훈은 나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내가 안전벨트를 매려고 할 때, 강지훈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비누의 향기가 내 코끝을 시쳐 지나자, 내 호흡이 순간 멈칫했다. 내 반응을 눈치챈 건지, 강지훈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끌어냈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갈 때, 고개를 숙이고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어릴 때랑 똑같네.” “…….” 비록 가벼운 뽀뽀긴 하지만, 내 기분은 풀렸다. 나도 참 한심했다. 강지훈이 조금만 잘해줘도, 이성을 잃으니까. 갑자기 주수연이 생각나서 그에게 물었다. “주수연은 지금 어때?” “괜찮아. 퇴원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강지훈이 날 힐끗 쳐다보았다.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 말이 나오자, 문득 강지훈이 나랑 너무 익숙하단 말이 생각났다. 그래, 우린 너무 익숙하지. 너무 익숙해서 서로의 모든 일을 알고, 너무 익숙해서 할 얘기조차 없어. 강지훈은 나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갔다. 웨이터는 창가 쪽의 자리로 우릴 안내했다. 그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흰 장미가 놓여 있었다. 그제야 여기가 강지훈이 예약한 자리라는 걸 알았다. 생선구이와 푸아그라 구이가 올라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도 있었다. 강지훈이 마음을 쓴 게 보였다. 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꽃, 그리고 강지훈의 보기 좋은 미끈한 손. 회사의 직원들은 좋아요를 눌러줬고 윤서아는 자기를 안 데려왔다고 댓글을 달았다. 여기로 오기 전, 강지훈은 윤서아에게 결산은 자기가 해줄 테니 밥은 혼자 해결하라고 했다. 유세정도 이 SNS를 봤지만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거 같네. 어제 당번인 간호사한테 물어봤어. 그냥 방실에서 주수연을 돌보고 있었대. 별일 없었어.” “…….” “핸드폰 보지 말고 일단 밥 먹어.” 강지훈은 이렇게 말하며 잘라놓은 푸아그라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포크를 들고 한 입 먹자마자, 익숙한 그림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주수연도 날 발견하고 웃으며 다가왔다. “나은 씨.”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강지훈을 쳐다보았다. “지훈아, 너도 있었다. 내 약혼자가 아니라 다른 남자가 여기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참 우연이네요.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죠?” 내가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경준이 보러 갔다가, 마침 여길 들렀는데, 푸아그라 냄새가 너무 향기로워서 이쪽으로 온 거예요.” 주수연의 피부는 아주 하얀 데다가 말할 때도 아주 부드러웠다. “혼자야?” 강지훈이 이때 입을 열었다. “응. 괜찮다면 같이 앉아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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