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어르신이 부르자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네.” 나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문을 열었고 마당에서 물을 받고 있는 진형우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양동이 여러 개가 물이 꽉 챈 채로 줄지어 서 있었고 그가 힘껏 들어 올리자 옷을 사이에 두고도 근육이 훤히 돋보였다. 아주 근육과 파워감이 공존하는 몸매다. “물을 그렇게 많이 받아서 뭐 한대요? 단수예요?” 나는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건넸다. 어르신은 내가 신은 슬리퍼를 노려보다 진형우가 아무런 답이 없자 불쑥 입을 열었다. “단수될까 봐 미리 준비해 두는 거야.” 말을 마친 어르신은 진형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저녁에 생선국을 만들어줄 테니까 둘이 나가서 붕어나 몇 마리 사와. 야생으로 달라고 해. 고수랑 마늘도 좀 사 오고.” 이건 심부름을 시키는 게 아니라 나하고 진형우가 단둘이 있을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허나 슬리퍼를 끌고 다니면 불편하기도 하고 상황에 맞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 신발을 바꿔 신기도 어색한 상황이었다. “신발 갈아신으세요.” 진형우가 말을 던졌다. 이 상황에서 갈아신으러 가는 게 체면이 안 서니 나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진형우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고 어르신은 나한테 얼른 따라나서라는 눈짓을 하더니 목청을 돋우며 입을 열었다. “형우야, 나은이 기다려서 천천히 가.” 슬리퍼를 신고 외출하는 게 예의에 맞진 않아도 발은 엄청 편했다. 그렇게 몇 걸음 나가지 않아 진형우가 동작을 멈추었다. “나하고 연애하고 싶다고 해면서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르신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그리고 이 남자는 뭐가 이리 단도직입적인 거야! “왜요? 싫으세요?” 나는 그하고 처음으로 눈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각진 이목구비와 깊은 눈매에다 입술은 두껍지도 얇지도 않았다. 반듯하게 생긴 얼굴이라 강지훈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외모로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하면 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점이었다. 다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낯선 사람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