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나은아, 내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는데. 친척들이랑 친구들도 초대했는데, 6시 전에 꼭 들어와.”
미연 이모의 말에 난 살짝 당황했다. 우리가 혼인 신고 안 한 일을 미연 이모가 모를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보아하니 강지훈이 얘기 안 한 모양이었다. 어제 미연 이모랑 석진 삼촌의 태도를 보니, 욕먹을까 봐 겁이 나서 얘기 안 한 거겠지.
미연 이모의 유쾌하고 기대로 가득 찬 목소리에 나는 차마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랑 강지훈이 끝난 것도 사실이었다. 오래 속이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 속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만약 이모가 초대한 사람들이 정말 도착한다면, 미연 이모가 더 난감해질 테니까.
“이모.”
내가 입을 열었다.
“이 애가 정말. 아직도 이모라고 부르는 거야? 어머님이라고 불러야지.”
미연 이모는 농담하며 나에게 말했다.
늘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속이 답답해졌다.
“이모 죄송해요. 이전 생에는 어머님이라고 부들 자격이 없을 거 같네요.”
사실 이 10년 동안, 나는 몇 번이고 미연 이모를 어머니라고 부를 충동이 생겼다.
그런데 이 소원마저 이뤄지지 못할 줄 생각 못했다.
“무, 무슨 뜻이야?”
미연 이모는 내 말을 이해 못 한 것 같았다.
“나은아,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면 계속 이모라고 불러도 돼…….”
“저희 혼인 신고 안 했어요.”
난 미연 이모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앞으로도 안 할 거예요.”
“뭐?”
미연 이모는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잘 안 나왔다.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 나은아…….”
“우리 헤어졌어요.”
이 말이 나오자, 순간 온몸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미연 이모가 한참이나 말이 없자, 난 살짝 겁이 났다. 이모가 너무 실망해서 쓰러지실까 봐.
그동안 날 딸처럼 키웠는데, 미연 이모가 날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오늘 아침에 내가 나갈 때도, 미연 이모는 환한 얼굴로 내가 집에 들어가면 꼭 어머님이라 부르라고 했다.
난 불안하고 긴장한 감정을 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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