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내 몇 마디에 주수연의 얼굴을 또다시 빨개졌다.
사실 청순가련한 연기가 너무 실패였다. 내연녀를 하려면 좀 더 당당하고 뻔뻔해야 하니까. 강지훈이 내 집을 그녀에게 줬는데, 그럴 자신이 있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주수연은 그러지 않았다. 분명 파렴치한 짓을 했으면서 계속 순진한 척 연기하고 있었다.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욕은 먹기 싫다는 거지.
“하나은 씨, 지훈이는 당신 같은 사람 안 좋아해요.”
주수연의 이 말이 나오자,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아직도 강지훈의 사랑을 바란다면, 그건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었다.
“그럼 혼자 간직하세요.”
나는 또다시 반박했다.
그러자 주수연은 억울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내가 고진영을 내보내지 않은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데, 내가 입이 열 개라도 변명 못 할 것이다.
“한나은 씨, 그게 무슨 뜻이죠? 이미 혼인 신고했잖아요.”
주수연은 이 질문을 할 때, 두 눈에서 빛이 났다.
그녀의 욕심이 너무나도 뻔했다.
갑자기 그녀가 속 시원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로 그녀를 약 올렸다.
“맞아요. 이따가 혼인 신고할 거예요. 지훈이가 추수 대사한테 물어봤는데 10시 58분에 가는 게 제일 좋대요. 이 시간에 결혼하는 사람은 오래오래 서로를 사랑할 거라고.”
원래 기뻐하던 주수연의 표정은 내 말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녀가 실망하는 모습에 나는 더 큰 타격을 주기로 했다.
“혼인 신고 다 하면, 결혼식을 올릴 텐데. 잊지 말고 참석하세요.”
주수연의 몸이 휘청거렸다. 곧 슬어질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전에 그녀가 했던 연기가 생각났다.
“강지훈 여기 없어요. 넘어져도 안아줄 사람 없다고요.”
주수연은 내 말에 완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녀는 그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 모습은 자가의 보호 욕망을 자극했다. 어쩌면 강지훈도 이런 모습에 넘어갔겠지.
하지만 이젠 다 상관없다. 강지훈은 오늘부터 내 인생 속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상하네. 이런 일을 겪었는데도 난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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