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그는 역시 예전의 그녀가 좋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의지하고, 늘 자신을 생각해 주는 예전의 고아람이 좋았다. 고아람은 냉소를 흘렸다. “그럼 무슨 말투여야 하는데?” 침대에서 일어난 서지훈은 고아람을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고아람은 그런 그를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자 그녀는 옆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서지훈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고아람, 방이 뭐 얼마나 한다고 어디로 도망가게? 도망갈 수나 있고?” 막다른 길에 몰린 고아람은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어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서지훈, 설마 아직도 나 좋아한다고 하려는 거 아니지? 근데 당신이 아직도 날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난 더 이상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사랑하지도 않을 거고….” 별안간 서지훈이 그녀의 턱을 덥석 잡았다. “고아람,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아진 거야? 응?” 있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친 고아람은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 “만지지 마!” 서지훈은 고아람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라 멈칫했다. “우욱….” 고아람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세면대에 대고 구역질을 했다. 서지훈과 여아름이 잠자리를 했다는 것을 직접 들은 뒤로는 서지훈에 대해서 생리적인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의 터치에 그녀는 더없이 역겨워졌다. 서지훈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이 정도로 싫어한다고?’ 입을 꾹 다문 채 고아람을 한참이나 쳐다보던 서지훈이 입을 열었다. “고아람, 내가 너랑 이혼을 한 건 순간 화가 나서 그런 거지, 깊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 아니야. 그러니까 무효야.”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떠났다. 고아람은 입술을 깨문 채 거울 속의 자신을 쳐다봤다. 양손은 주먹을 꼭 쥔 그녀는 곧바로 뒤따라 나갔다. “서지훈, 네가 우리 엄마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난 너랑 다시 만날 생각 없어, 죽어도!” 서지훈은 그 말에 멈칫했다. 이내 잠시 휘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