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게다가 침착함은 변호사의 기본 소양이었다. 당시엔 확실히 당황했었다. 지금도 놀란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완전히 진정했다. 신미연이 이렇게 빨리 찾아와 준 것에 그녀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는 죽다 살아난 기분에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연아, 고마워.” “나랑 뭘 내외하고 그래.” 신미연은 웃으며 말하다 앞쪽을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 “고마워할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지 않아?” 고아람은 조금 민망해졌다. 쓰레기 같은 남자 때문에 이런 꼴이 되다니. 그녀는 감히 앞쪽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박 변호사님, 감사해요.” “아니에요.” 박해일의 목소리는 평온하고도 담담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차는 금방 호텔로 도착했다. 신미연은 고아람과 함께 내렸다. 신미연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고마웠어요.” 작게 고개를 끄덕인 박해일의 시선이 고아람에게로 향했다. 비록 진정은 했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한 그녀의 모습에 눈빛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인사만 건넸다. “전 먼저 가볼게요.” 박해일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본 신미연은 고아람의 팔짱을 꼈다. “저 사람 누군지 알아? 몰랐는데, 우리 할아버지 저 사람이랑 사이가 꽤 괜찮더라.” “알지.” 고아람이 말했다. “레드 서클 8대 로펌 중 가장 큰 골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아니, 아니, 변호사는 박해일의 가장 보잘것없는 신분 중 하나야.” 신미연은 고아람의 팔짱을 낀 채 다가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저 사람, 서울권의….” “미연아.” 고아람은 몸을 비키며 신미연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박해일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박해일의 개인 사정에 대해 관심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현재 눈앞의 일만 잘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얼른 뭐라도 해야 신 교수님을 볼 낯이 있었다. 그래야 자신을 가르쳐준 은혜도 그렇고, 가자 힘들 때 박해일 같은 거물 변호사를 소개까지 해주었다. 그런데도 만약 7년 전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이번 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