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차에 오른 후 정은지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자기 때문에 여준수가 화가 났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이렇게 냉담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도대체 어떤 실수를 했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여준수가 그녀를 차갑게 대하더라도 서달수까지 그러는 건 이상했다. 서달수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거리를 두면서 그녀와 말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 ‘참, 서 비서님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서 비서님은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거야!’ 정은지가 생각하고는 서달수 옆에 가까이 가서 물었다. “서 비서님, 솔직히 말해봐요. 내가 무슨 실수를 해서 준수 씨가 화난 거예요?” ‘나는 대표님 일에 관여할 수도 없는 비서일 뿐인데 왜 나한테 물어봐?’ 그래서 서달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차갑게 말했다. “사모님, 너무 많은 걸 걱정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사모님은 그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는데요?” “거짓말이잖아요!” 정은지가 바로 반박했다. “내가 정말로 바보인 줄 알아요? 두 사람 갑자기 나한테 이렇게 냉담하게 구는데 어떻게 무슨 일이 없었겠냐고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서달수는 여전히 부인했다. “대표님은 일 때문에 바쁘셔서 먼저 떠나신 겁니다.” “그 말 안 믿는다고요.” 정은지는 서달수가 입을 꾹 닫고 있는 걸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압박하기로 했다. “서 비서님, 매일 준수 씨 옆에 있으니까 상황을 제일 잘 알 거 아니에요? 제발 부탁이니까 나 좀 알려줘요.” 서달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가 애교를 부리는 건 그렇게 귀엽다더니 사모님은 왜 이렇게 무섭지?’ “사모님, 저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그리고 사모님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사모님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에요.” 서달수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말했다. 정은지는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서 비서님, 그게 무슨 뜻이죠?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았으면 왜 서 비서님에게 물어봤겠어요? 됐으니까 얼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