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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장

저녁 식사 내내 조설현은 매우 불안했다. 정은지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 애가 왜 이렇게 순해졌지? 예전에는 거만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더니.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가네.’ 그래서 식사가 끝난 후 조설현은 조용히 여준수를 위층으로 불러 물었다. “준수야, 어떻게 된 거야? 정은지가 왜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했지?” 하지만 여준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너도 모른다고?” 조설현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생각 끝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하지만 이거 앞으로 정은지를 네가 많이 조심해야 한다. 절대로 정은지 같은 애한테 속아서는 안 돼. 수작 부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여준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정은지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준수는 점점 그녀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 같은 시각. 정은지는 거실에서 강순자와 여중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은지는 활기가 넘쳤고 또 영리했으니 강순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여중구는 옆에서 차를 우려내며 두 사람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평생 동안 다른 취미는 없었지만 차를 음미하는 것을 좋아했다. 물이 끓는 동안 여중구는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 “차를 우려내는 건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서두르다 보면 좋은 차를 만들 수 없는 만큼 큰일도 할 수 없겠지.” 정은지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진하며 말했다. “할아버님, 제가 차를 한 번 우려내볼까요?” 여중구는 놀라며 물었다. “네가 차를 우릴 줄 알아?” 강순자도 의아해했다. 그러나 정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제가 직접 차를 우려본 적은 없지만 저희 아빠도 차를 매우 좋아하셔서 집에서 차를 자주 드셨거든요. 옆에서 자주 봐서 익숙해졌으니 그렇게 어렵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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