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하준 씨, 이거 놔요. 계속 잡고 있으면 사람 부를 거예요.” ... 같은 시각. 정은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마세라티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차 안의 사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달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도 차 뒷좌석에서 뿜어져 나온 냉랭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정은지를 위해 애도를 표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사모님, 스스로 화를 자초하지 않으면 화를 입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나 보군요. 며칠 조용히 있더니 그동안 다 연기였던 거예요? 대낮에 다른 남자와 팔을 잡고 있으니 대표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남자는 여자의 배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요.’ 서달수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속으로 말했다. ‘사모님, 알아서 잘 헤쳐 나가세요.’ 이때 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차갑게 말했다. “출발해.” “네, 알겠습니다.” 서달수는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 “이거 놓으라고요!”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정은지는 고하준을 힘껏 밀어내 겨우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고하준에게 말했다. “하준 찌, 나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예전에 나 싫어했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앞으로 다른 일 없으면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요.” 말을 마친 후 정은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이 여자가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해?’ 고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눈에는 살짝 광기가 어렸다. ‘나쁜 X, 나도 너 안 좋아해.’ 고하준은 바로 한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은지가 나랑 밥 안 먹겠다며 도망갔어요.” “네?” 한아진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더니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정은지, 이제 고하준도 먹히지 않는 거야? 요즘 너무 수상하네. 말이든 행동이든 예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 같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아진의 눈빛은 점점 기이하게 바뀌었다. ‘설마 내가 자기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