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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정은지는 겉으로는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아진아, 걱정하지 마. 난 애초에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살았어. 이 사람들은 어차피 네티즌일 뿐이잖아. 내 앞에서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할 용기가 없으니까 인터넷에서 비겁하게 이런 글을 남기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이었어도 이 사람들은 똑같이 악플을 달았을 거야. 악플이 취미라는데 그냥 내버려 둬야지, 안 그래?” 말을 마친 정은지는 웃으며 한아진을 보았다. 여전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아진은 전혀 타격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내 조심스럽게 떠보듯 물었다. “은지야, 정말로 신경 안 쓰여? 괜찮아, 무리하게 괜찮은 척할 필요 없어.” 정은지는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언제 널 속인 적 있어? 미친놈들한테 물렸다고 해서 나라고 똑같이 물어버릴 필요가 있을까?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잖아. 안 그래?” 그녀의 말에 한아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짜증이 솟구쳤지만 웃는 얼굴로 정은지의 말에 대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한아진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참, 은지야. 이번에 논문 공개하게 되었잖아. 그건 잘 준비하고 있어? 내가 도와줄까? 마침 나한테 지난번에 써둔 논문이 하나 있긴 하거든.” 한아진의 말에 정은지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도와주겠다고? 하하, 오히려 더 망치려고 하는 거 아니고?' 그녀는 웃으며 거절했다. “아니야. 괜찮아, 아진아. 내가 알아서 할게. 내 실력이 어떤지는 내가 더 잘 알고 나 혼자서도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 “하지만...” 한아진이 대꾸하려던 때 정은지가 이내 말허리를 잘라버렸다. “됐어, 아진아. 나 지금 자료 봐야 해. 날 도와주려는 건 잘 알겠어, 마음만 받을게. 내 실력으로 어떻게든 결백을 증명할 거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한아진은 더는 설득할 수 없었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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