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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정은지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후, 여준수가 지금쯤 회사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눈빛을 반짝이며 정은지는 운전기사에게 방향을 돌리라고 했다. 몇 분 후, 정은지는 이준 그룹 본사 앞에 도착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니 빛나는 유리 외벽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셨고 그녀는 살짝 눈을 찡그렸다. 여준수는 바로 그 꼭대기 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에 있었다. 정은지는 로비로 들어가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로비에서 정은지의 신원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렇게 정은지는 순조롭게 꼭대기 층에 도착해 비서실 앞에 섰다. 비서인 서달수는 정은지를 보고 놀란 듯했다. “정은... 아니, 이제는 사모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사모님, 여기에 무슨 일이십니까?” 서달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거렸다. 평소 정은지는 이준 그룹에 오기를 아주 싫어했다. 그녀가 회사에 오면 언제나 회사 전체가 뒤집히곤 했고 그 뒤처리는 항상 서달수의 몫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은지를 매우 무서워했다. 정은지는 자신이 예전에 저지른 일들을 떠올렸다. 사실, 전생에서 서달수는 여준수의 일로 인해 정은지를 많이 보호해 주었는데 그녀는 그를 매우 싫어했다. 인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태도를 바꾸어 부드럽게 말했다. “준수 씨, 안에 있나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듯 서달수는 깜짝 놀란 반응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정은지는 여준수를 부를 때 항상 성까지 붙여 불렀었다. 서달수는 곧 진실하게 대답했다.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정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서 비서님은 계속 일 보세요.” 말을 마치고 정은지는 곧장 대표 사무실로 걸어갔다. ‘뭐야? 오늘 무슨 약이라도 잘못 드셨나?’ 서달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차와 물을 준비해 정은지를 잘 대접했다. 혹여라도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 또 문제가 생길까 봐 말이다. 세 시간이 지난 후, 여준수는 회의를 마치고 꼭대기 층으로 돌아왔다. 뭔가 말할 게 있는 듯한 서달수의 표정을 보고 여준수는 눈썹을 찌푸리며 곧장 문을 밀고 들어갔다. 넓은 소파에 정은지는 매우 편하게 누워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준수는 더 깊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여기 왜 왔어?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러자 정은지는 잡지를 내려놓고 몸을 바로 세웠다. 여준수를 보자마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큰 키, 안정적이면서도 위풍당당한 걸음걸이, 완벽한 체격을 돋보이게 하는 단정한 정장, 날렵한 이목구비, 꼭 다문 얇은 입술, 살짝 찡그린 눈썹과 심지어 화난 모습조차도 매력적이었다. 정은지는 자연스럽게 여준수의 주변에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를 무시하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매력적인 사람이란 말이야. 내가 눈이 멀었지. 왜 그때 이렇게 멋진 남자를 거부한 거지? 너무 바보 같았어.’ 정은지는 속으로 과거의 자신을 자책했다. “왜? 아무 일도 없으면 못 오는 거야? 히히, 거의 점심시간이잖아. 우리 가서 같이 밥이나 먹자.”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정은지는 여준수의 옆에 꼭 달라붙었다. 이례적인 그녀의 모습에 여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왜 이래? 도대체 또 무슨 꿍꿍이인 거야? 파혼하려고? 미안한데 이렇게 된 이상 파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포기해.” 차가운 말투에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어 정은지는 잠시 멍해졌다. ‘말투가 너무 냉랭한 거 아니야? 근데 뭐 어쩔 수 없지. 다 과거의 내 탓이니까. 준수 씨가 이런 의심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해.’ 정은지는 짜증을 내지 않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몇 걸음 걸어가서 여준수의 목에 팔을 걸고 코알라처럼 달라붙었다. “파혼은 안 된다고 준수 씨가 말한 거다? 기억할게. 그럼 나랑 밥 먹으러 갈 거야? 준수 씨가 안 간다면 고하준 씨를 부르는 수밖에 없겠네.” 이 말에 여준수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정은지는 그 눈빛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여준수 때문이었다. 이미 자극하는 방법을 썼으니 중간에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예전 정은지가 정말 문제를 많이 일으켰기 때문에 여준수가 경계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 그녀는 반드시 천천히 다가가야 했다. ‘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좁히고 말 거야.’ 굳게 결심한 정은지는 계속해서 여준수의 목에 매달린 채 그의 답을 기다렸다. 여준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은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정은지의 부드러운 팔을 잡아 떼어내 탁자에서 차 열쇠를 집어 들고 먼저 나갔다. “뭐 먹고 싶어?” 정은지는 여준수가 승낙하자 더 환하게 웃으며 그의 뒤를 따라가 손을 잡았다. “나도 뭐 먹을지 모르겠어. 준수 씨가 정해줘!” 여준수는 얇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며 손에 힘을 주어 정은지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정은지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서달수가 문가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을 굴렸다. 그러고는 다음 순간, 돌아서서 서달수의 팔을 잡았다. 또다시 여준수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 서달수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정은지의 손은 여준수의 큰손에 잡혀 다시 돌아왔다. 정은지는 속으로 웃었다.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따뜻한 거야... 언젠가 준수 씨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겠어.’ 서달수는 그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고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 사이의 ‘스킨십 장면’을 곱씹어 보았다. ‘내가 착각한 건가? 이거 너무 꿈같은 상황이잖아. 평소 은지 씨는 대표님을 절대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행동하는 거지? 머리가 잘못되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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