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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어두운 감옥 안은 짙은 피비린내로 가득 차 있었다. “왜... 왜 나한테 이런 짓을...” 정은지는 고통 속에 몸을 움츠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넉넉한 죄수복은 그녀의 야윈 몸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콜록...” 격렬한 기침과 함께 한입 가득 피가 쏟아져 나왔다. 고통은 참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만 개의 날카로운 칼이 위를 뒤집는 듯한 고통에 그녀는 시야가 어두워졌다. 장기를 갈아엎는 독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왜...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한 거야?” 정은지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죄수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뼛속 깊이 사무친 증오가 담겨 있었다. “하하, 왜 네 밥 안에 약을 탔냐고 묻는 거야?” 그러자 죄수는 잔인하게 웃으며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를 경멸과 동정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돈을 주면서 널 죽이라고 했거든. 네가 자기의 행복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면서.” “누구... 누구야...” 정은지는 무릎으로 배를 꽉 누르며 겨우 의식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좋아, 곧 죽을 것 같으니 알려줄게. 너 여준수 도련님과 결혼하려고 했지? 그래서 그 사람은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어. 네가 사라지면 그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차가운 고통이 온몸을 휘감으며 그녀의 모든 신경을 삼켰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얼굴이 번뜩 지나갔다. ‘한아진, 그 뻔뻔한 년이었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을 줄은 말이다. 정은지는 고통 속에 신음하며 수많은 후회와 슬픔이 담긴 눈물을 흘렸다. 한아진, 그녀는 한때 정은지의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정은지를 계략에 빠뜨리며 결국 감옥에 갇히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아진 때문에 정은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를 놓치게 되었다. 하늘의 신처럼 아름다운 그 남자는 정은지를 끝없이 아껴주었지만 그녀는 한아진의 속임수에 빠져 여준수를 점점 밀어내고 자신을 떠나가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은지는 자신이 한아진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가엾은 광대가 되었고 이제는 감옥에 갇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은지는 여준수와 어울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콜록...” 또 한 번 피가 쏟아져 나왔다. 곧이어 핏빛으로 물든 바닥에 그녀는 쓰러졌다. 어두운 감옥 속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그녀는 그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죽어도 사라지지 않을 깊은 후회의 고통만이 정은지를 지배할 뿐이었다. 교도관은 이런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눈을 감겨주기 위해 다가왔다. 다음 순간,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던 정은지의 눈은 꼭 감겨졌고 이제 생기 없는 아름다운 얼굴만이 남았다. 교도관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고 남은 것은 자욱한 피비린내뿐이었다. ... 힘겹게 눈을 뜬 정은지는 깜짝 놀랐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7년 전 그 밤에 있던 호텔과 똑같은, 새하얗고 딱딱한 장식이었으니 말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정은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놀라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참으려 했다. 여준수가 눈앞에 생생하게 있었다. 정은지는 7년 전, 그와 약혼하고 관계를 맺었던 그 밤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여준수는 다루기 어려운 사람일 뿐만 아니라 성격이 폭력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려워하며 두 집안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다. 심지어는 아버지와 계모가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정은지는 여준수에게 닿지 않기 위해 고하준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첫 경험을 고하준에게 바치겠다고 했다.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말 때문에 여준수는 완전히 화가 났었다는 것을. 그날 밤 이후, 정은지는 여준수가 정말 소문대로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정은지는 여준수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정을 그녀에게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짓밟아버렸다. 정은지는 후회했다. ‘하지만 괜찮아... 이제 다시 태어났으니까.’ 기쁨에 정은지는 흐느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곧이어 떨리는 손끝으로 여준수의 입술에 난 상처를 만졌다. ‘하늘이 나에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주셨어. 그러니 반드시 이번 생엔 내게 속했던 모든 것을 되찾아올 거야. 준수 씨도 포함해서.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은 안 할 거고 나를 죽게 만든 한아진에게 휘둘리지도 않을 거야.’ 정은지는 조심스럽게 여준수의 곁으로 다가가 떨리는 입술로 그의 입술을 살며시 맞췄다. “똑똑.”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정은지는 순간 멈칫하며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문밖에는 한아진이 있을 거야. 한아진이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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