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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장

그리고 깊은 눈동자로 정은지를 바라보던 여진수가 말했다. “은지야, 오늘 우리 약혼한 지 1주년 되는 날이잖아.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 아무리 선물이라고 해도 크루즈 하나를 통째로 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정은지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이건 좀 큰데...’ 하지만 곧 여준수가 준 선물이라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 왜 선물로 줘?”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다들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불꽃 축제 못지않은 화려한 불꽃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파티에 참석한 모두가 정은지를 향해 부러움의 말을 건넸지만 그때 당시의 정은지는 여준수와 결혼한다는 사실 자체를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런 말들도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 정은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한아진의 전화인 걸 확인한 정은지가 바로 수락 버튼을 터치했다. “은지야, 어떡해! 하준 씨, 교통사고 났어.”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정은지의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뭐?” “네가 좀 와봐야 할 것 같아.” “알겠어!” 여준수와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짜증이 나던 차에 고하준이 사고까지 당했다는 소식에 정은지는 부랴부랴 파티 장소를 떠버렸고 여준수가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이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거리고 정은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움찔거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그녀를 향해 여준수가 물었고 정은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서.” 그렇게 다시 여준수의 얼굴을 바라보자니 왠지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전생에선 내가 당신 마음을 몰라줘서 상처 많이 받았지. 이번 생엔... 내가 더 잘해줄게.’ 생각을 마친 정은지는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을 짓더니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그런 그녀를 보며 여준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닷가에선 맨발로 걷는 거야.” “그래도...” 걱정스러운 여준수의 표정에도 정은지는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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