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장
이른 저녁, 수업을 마친 정은지는 이때쯤이면 여준수가 도착했겠다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교문을 나선 그때, 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아진이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고 있었다.
“은지야, 저기서부터 불렀는데 왜 나 무시해?”
한아진이 속상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랬어? 무슨 일인데?”
이에 정은지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받아쳤다.
‘절대 용서 안 한다면서. 왜 또 말을 거는 거래?’
하지만 한아진은 가방에서 연고 등 약을 꺼내 건네주었다.
“너 넘어졌다면서. 약국에서 이것저것 좀 샀어. 좀 더 빨리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한아진은 진심 어린 표정으로 약들을 정은지에게 건넸지만 정작 받은 그녀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날 걱정해 주는 줄 알겠어. 속으로 또 무슨 꿍꿍이를 꾸밀 줄 알고.’
정은지는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며 거절했다.
“마음은 고마운데 나 괜찮아. 병원에도 가봤고.”
“그래도 난...”
한아진이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난 진심으로 널 걱정돼서 챙겨온 건데 이런 내 마음도 안 받아줄 거야?”
‘하, 한아진이 내 걱정을 한다? 어이가 없네. 어떻게 눈 하나 깜박 안 하고 저런 말을 할까. 연기 하나는 오스카 여우주연상감이야.’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한 마음에 정은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됐어. 이딴 연고로 내가 널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야. 그럼 난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말을 마친 정은지가 돌아섰다.
바로 길가에 주차되었던 마세라티에 앉아 있던 여준수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정은지를 발견하곤 운전석에서 내려 자연스레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곧 점이 되어 사라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아진은 어느새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젠 학교까지 오는 거야? 정은지 저게 도대체 뭔데! 전에 나랑 아무리 친했어도 학교 앞까지 오는 일은 없었는데. 저렇게 좋은 차까지 몰고 정은지를 데리러 왔다고? 보나 마나 정은지가 그래 달라고 한 거겠지. 저딴 여우 같은 계집애한테 홀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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