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고개를 들어 송유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님 말씀이 옳습니다. 신의 경솔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나 또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대감과 저는 친밀한 벗이니 사적으로 농담 좀 나눈들 어떠하겠습니까.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 계집의 사술에 대한 대책은 있으십니까?”
송유빈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책은 필요 없습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저는 그 사술의 '선택' 범위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물었다.
“정말입니까?”
송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연아 그 계집은 사술이라는 것이 상식 밖의 일이라 여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하여 입단속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합니다.”
“술에 취해 왜 저 같은 이는 왜 공략 대상이 아니냐, 진척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숨겨진 것일지도 모르니 계속 노력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등, 괴이한 말들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 말들은 참으로 기묘했으나 종합해 보면 완전히 해석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민연아의 사술이 송유빈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기회를 바라는 듯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나는 표정을 풀고 말했다.
“혹여 대감님 마음이 바뀌어 그 계집에게 마음이 간다면 숨기지 말고 저한테 말해주십시오. 말리거나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 계집을 얼마든지 마음껏 연모하십시오. 다만 저에게 방해만 되지 않으면 됩니다.”
송유빈이 말했다.
“만약 제가 그 계집의 끔찍한 얼굴과 역겨운 행태에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 그런 자에게 현혹되어 마마께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습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허튼소리 마세요. 정녕 그런 날이 온다면 제가 먼저 그 계집을 죽일 것이니 대감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천한 계집 때문에 소중한 인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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