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하륜이 사람들과 함께 술을 가지고 자리를 뜬 뒤, 나는 송유빈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한테 원하시는 게 아직도 안 떠오르셨습니까?”
송유빈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직입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섣불리 하찮은 청을 올릴 수는 없지요. 천천히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그의 농담을 나는 금세 알아차렸다.
“좋습니다.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급할 것 없습니다.”
그러자 송유빈은 말투를 바꾸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공주마마께서 전에 오성주와 약속하신 것이 있었지요. 이번일 오씨 가문에서 큰 도움을 주셨으니 보답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나는 웃음을 머금은 채, 약간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잊을 리가 없지요. 다만 지금 상황이 조금 까다로워 어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송유빈이 조심스레 되물었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그저 아바마마께 직접 관직을 요청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저는 권력에 무심한 척하며 아바마마의 신뢰를 얻어 왔습니다. 관직을 요청하는 건 별것 아니지만 아바마마께서 저를 의심하실까 걱정됩니다.”
한 나라 왕의 마음속에는 본래 경계심이라는 것이 깊게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공주라 해도 자식을 대하는 군왕의 눈빛은 언제나 날카로웠다.
역사에서도 많은 공주들이 실권을 잡고 군주의 의심을 샀었다. 지금 아바마마께서 나를 아끼시는 것도 내가 솔직하다고 여기시기 때문이었다.
아바마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공주로서 송 대감과 어울리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런 실권이 없는 인물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아바마마의 체면을 봐서 나에게 호의를 드러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씨 가문에 손을 내밀고 조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바마마가 알게 되어 위협을 느낀다면 절대 예전처럼 나를 대하지 않을 것이다.
송유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주마마께서 그리 깊이 생각하시다니, 실로 감탄스럽습니다. 세상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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