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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는 민연아 앞을 막아서며 울부짖듯 외쳤다. “연아를 장폐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도 그녀의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습니다!” 민연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이휘의 등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연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바마마의 얼굴이 냉정하게 굳어졌다. “이것이 바로 성지를 어기고 왕실을 기만한 죄이거늘, 구족을 멸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해야 할 텐데, 그대는 대체 무엇이 불만이더냐.” 이휘는 아바마마와 정면으로 맞설 수 없어 시선을 돌려 나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이 일은 연아의 탓이 아닙니다! 모두 연우 공주 때문이옵니다. 장폐해야 할 자가 있다면 바로 연아 공주란 말입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어째서 제 탓이 된단 말입니까?” 이휘는 원망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네가 굳이 나타나서 예물이 네 것이라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연아가 아바마마의 노여움을 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말하느냐!” 그 말에 문무백관들조차 입을 다물었고 아바마마는 화를 참느라 눈썹을 꿈틀했다. 나는 대신들 앞이었지만 참을 수 없어 냉소를 터뜨렸다. “그 말은 공주인 내가 입 다물고 당하고만 있었어야 했단 거네? 오라버니는 저 아이 하나 띄워주자고 공주인 내가 짓밟히는 게 당연하다는 거야?” 이휘는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깔보듯 말했다. “네가 연아를 질투해서 생긴 문제 아니더냐. 고작 왕실 소생이라 출신만 높을 뿐, 그 외에는 연아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주제에!” “망언을 그만두거라!” 아바마마는 더는 참지 못하고 책상을 거세게 내려치며 호통쳤다. “불경한 자식 같으니! 이 상황에서조차 분수를 모르고 왕명을 거역하려 드는 것이냐!” 이휘가 반박하려던 찰나, 민연아가 그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눈물 고인 눈으로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하, 황송하옵니다. 몇 해 전 세자 저하의 목숨을 구하고도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았사옵니다. 오늘은 그저 전하의 탄신을 축하드리고자 마음을 담은 것이오니, 바라건대 그 정성만은 헤아려 주시옵소서. 죄인이 분수를 넘은 점은 진심으로 사죄드리오며, 저의 지난 공을 감안하시어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 말에 이휘도 재빨리 무릎을 꿇으며 덧붙였다. “아바마마, 연아는 저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옵니다. 또한 전하를 위해 그 예물을 준비하였사온데, 이 일로 장폐를 명하신다면 백성들은 왕실이 은혜를 갚는 까치만도 못하다고 비웃게 될 것이옵니다.” 아바마마가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입을 다무는 순간, 은은하면서도 단단한 음성이 장내를 가로질렀다. “전하, 송구하오나 한 말씀 드려도 되겠사옵니까. 소신의 기억이 맞다면, 세자 저하께서 구명을 받은 후 전하께서 직접 민 낭자에게 상을 내리시려 했지만 민 낭자 스스로 사양한 것으로 아뢰었사온데요. 그때는 고결하다 칭송받던 그분이, 지금은 공을 앞세워 목숨을 구하겠다고 하니,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아닌지요.” 그 말에 아바마마의 안색이 다소 누그러졌다. 반면 민연아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고개를 돌려 그 말을 한 이에게 원망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그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눈빛이 선해지더니 곧 수줍게 눈을 내리깔았다. 나 또한 그 말을 한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고는 그 반응을 이해했다. 그는 바로 대성국의 신임 영의정, 송유빈이었다. 명문가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문무를 겸비한 인재라 불렸고, 젊은 나이에 삼장 장원을 석권하여 초고속으로 영의정 자리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게다가 수려한 용모까지 겸비해, 그저 서 있기만 해도, 고화 속 선비가 걸어 나온 듯 품위와 기상이 절로 뿜어져 나왔다. 이휘와 권경현이 경성에서 이름난 미남이라 하나, 그 앞에 서면 수묵화 곁에 그려진 낙서 같을 뿐이었다. 민연아가 홀린 듯한 표정을 짓자, 이휘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며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차갑게 송유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우리 왕실의 일이니, 외부인이 나설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자 송유빈은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천자는 사사로움이 없다고 들었사온데, 전하의 노여움이 이미 드러난바, 신하가 간언하는 것은 도리이옵니다.” 이휘는 말문이 막혔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입술만 파르르 떨릴 뿐, 더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어마마마가 그 장면을 보다 못해 또다시 나섰다. “그만하시게. 전하...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에 이리 소란을 피우면, 나라의 체면이 무너지지 않겠사옵니까.” 그녀는 아바마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민 낭자도 선한 마음에서, 세자 또한 효심에서 비롯된 일이니, 연우 공주가 조금만 너그러웠다면 이런 소란은 없었을 것이옵니다. 누가 헌상하였든, 결국 전하께서 기뻐하신 것이 중요하지 않겠사옵니까. 오늘은 이만 거둬주시지요.” 그 말에 이어 어마마마는 나를 쏘아보며 덧붙였다. “연우야, 네가 요즘 궁중의 법도를 잊은 듯하구나. 이 일 끝나고 나면, 내 처소의 지도 상궁에게 제대로 된 공주의 품격과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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