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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귀찮은 일이 이렇게 빨리 찾아온다고?’ 방우혁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여기서 말하긴 좀 그렇고 나가서 이야기하자.” 하동민은 위협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우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방우혁은 하동민과 그의 일당들과 함께 복도 구석으로 갔다. 하동민 주위에 네 명의 남학생이 서 있었는데 평소 하동민을 따라다니는 일당들이었다. 다섯 명이 방우혁을 둘러쌌다. 하동민은 방우혁 앞에 서서 윗사람처럼 말했다. “방우혁, 너 진짜 한소유를 아는 거야?” “전에 한 번 본 적은 있는데 아는 사이는 아니야.” 방우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모른다고? 그럼 왜 한소유가 반까지 옮겨 와서 너랑 같이 앉겠다고 한 거야?” 하동민은 다시 추궁했다. 하동민의 말투는 불친절했지만 방우혁은 개의치 않았다. “나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방우혁은 다시 대답했다. “한소유가 너한테 부탁할 게 있다고? 하하하, 장난치냐? 한소유 같은 금수저가 너 같은 무능력자한테 부탁할 게 뭐가 있다는 거야?” 하동민은 비웃듯 말했다. 그의 일당들도 함께 웃었다. 방우혁도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한참 웃던 하동민은 다시 물었다. “방우혁, 솔직히 말해봐. 한소유의 약점이라도 잡았어?” “없어.” 방우혁은 고개를 저었다. “진짜 없어?” 하동민은 방우혁의 얼굴을 노려보며 물었다. 방우혁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하하, 대답 안 해도 알겠네. 하지만 뭐든 간에 너 자리 옮겨. 내일 내가 교실에 왔을 때 한소유가 너랑 같이 앉아 있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알겠지?” 하동민은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 “노력해 볼게.” 방우혁은 하품하며 말했다. “이제 가도 돼? 배고파.” “가도 돼. 하지만 내 말 기억해 둬. 안 그러면 2년 동안의 의리도 못 지킬 거야.” 하동민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집이 부유하고 주변에 일당들이 있는 탓에 하동민은 2반에서 항상 건방지고 오만한 존재였다. 반에서 그를 건드릴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방우혁 같은 존재감 없는 사람은 하동민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쓰레기일 뿐이었다. 방우혁이 느릿느릿 떠나는 걸 보며 우도운이 물었다. “동민아, 이대로 놔둬? 내 생각엔 방우혁이 한소유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 같은데 알아내면 너도 한소유를...” “급하지 않아. 지금은 학교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손을 쓰기 어려워. 걱정 마. 이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면 혼내 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하동민은 차갑게 말했다. 유지석은 교실 문 앞에서 방우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우혁이 무사히 돌아오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방우혁, 다음에 하동민이 너만 따로 불러내면 절대 나가지 마. 그 자식은 좋은 놈이 아니야.” 유지석이 말했다. “응.” 방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하동민 집은 건설 회사를 운영해. 아버지가 강해시에서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야. 우리 같은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유지석은 방우혁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더욱 걱정스러워했다. 방우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 휴식 시간에 방우혁은 교무실로 가서 담임 황해수에게 자리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황해수는 화를 내며 호통쳤다. “방우혁, 너 학교가 네 집이야? 마음대로 자리 바꿔 달라고? 게다가 너 같은 놈이 한소유 같은 학생과 같이 앉는 건 큰 복이야. 감히 거들먹거리는 거야?” 분명 황해수에게는 한소유의 말이 방우혁보다 훨씬 중요했다. 방우혁은 자리를 바꾸는 걸 허락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바꾸지 않을 것이다. 방우혁은 교실로 돌아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오후 내내 앞자리의 하동민과 우도운은 계속 돌아보며 방우혁을 위협하는 눈빛을 보냈다. 종이 울리자 한소유는 가방을 정리하며 방우혁에게 미소를 지었다. “방우혁, 내일 봐. 앞으로 내가 열심히 공부를 도와줄게.” 방우혁은 못 들은 척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들었다. 하동민은 교실을 떠나기 전에 방우혁 앞으로 와서 비웃듯 말했다. “방우혁, 오늘 아침에 한 말 기억해 둬. 안 그러면...” 방우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돌아서서 떠났다. 방우혁의 뒷모습을 보며 하동민은 잔인한 눈빛을 번뜩였다. ‘쓰레기 같은 놈이 감히 나를 무시해?’ “동민아, 지금 따라가서 한 대 패줄까?” 옆에 있던 우도운이 물었다. 하동민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방우혁이 자리를 옮기기 싫다면 우리가 도와줘야지.” 방우혁이 사는 도심촌 근처에는 작은 산 몇 개가 있었다. 그중 한 산기슭에 방우혁은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각종 채소를 심어두고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며 채소를 따다가 집에 가져가 요리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방우혁은 텃밭에 도착해 물통 두 개를 들고 근처 개울로 향했다. 물통을 개울에 넣자 방우혁은 평소와 달리 맑던 물 위에 검붉은 액체가 떠다니는 걸 발견했다. 동시에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개울 위에 떠 있는 건 피였다. ‘젠장! 좋은 물이 피로 오염되다니!’ 방우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나 개울 상류로 걸어갔다. 작은 언덕을 넘은 방우혁은 30미터 앞에서 검은색 OL 복장을 한 여성이 왼팔을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며 개울가를 따라 걷는 걸 보았다. 그 피는 바로 그녀의 왼팔에서 흘러내린 것이었다. 방우혁을 본 여성은 힘겹게 소리쳤다. “살, 살려주세요!” “지유미, 양 아가씨가 널 죽이라고 했어. 오늘 누구도 널 살려줄 수 없어!” 여성 뒤에서 우렁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두 남자가 여성 뒤 20미터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둘 다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고 있었다. 방우혁은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두 남자도 방우혁을 발견했다. “넌 누구야!” 한 남자가 권총을 들고 방우혁을 겨눴다. ‘오늘 대체 무슨 날이야? 자꾸만 재수 없는 일만 생기네.’ 방우혁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에요. 안심해요. 저는 아무것도 못 봤고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방우혁의 말을 들은 여성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절망감에 휩싸였다. 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눈빛이 흉악해졌다. 방금 한 말이 새어나가선 안 됐다. 이런 외진 곳에서 한 명을 죽이나 두 명을 죽이나 큰 차이는 없었다. “애송아, 원망하려면 네 운명을 원망해.” 권총을 든 남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이 방우혁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순식간에 방우혁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총알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아이고, 왜 자꾸 나를 건드리는 거야? 그냥 채소에 물 주러 온 건데.” 허공에 방우혁의 한숨 소리가 퍼졌다. 두 남자는 반응할 새도 없이 방우혁이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나타난 걸 발견했다. 방우혁은 오른손을 들어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내려쳤다. 남자의 목이 180도 돌아가 뒤로 향했다. 얼굴은 일그러지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옆의 동료는 이 광경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져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방우혁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왼쪽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또 한 번의 소름 끼치는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도망치려던 남자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눈이 툭 튀어나온 채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5초 전만 해도 생생히 살아있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시체로 변했다. 방우혁의 눈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원래 그는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 둘은 자신까지 죽이려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방우혁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도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건드리면 그는 반드시 죽인다. 두 사람을 처리한 방우혁은 부상당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여성도 방우혁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 명의 킬러가 이렇게 간단히 처리되다니? 이 남자는 대체 누구야? 사람 맞아?’ 여성은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이미 힘이 빠진 상태였다. 게다가 이런 충격을 받자 뇌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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