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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경도준의 방으로 들어온 진구는 어리둥절해졌다. 땅바닥에는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가 모시는 도련님은 긁힌 자국을 드러낸 상반신에 이불을 살짝 덮은 채 침대 머리맡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도련님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가 모시는 도련님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고? 그것도 침대에!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라 하면 전부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던 건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 게다가 그의 도련님이 방금 개발한 최첨단 추적기까지 사용한 걸 보면 오늘 이 자를 잡지 않고는 결코 가만둘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연결시켜 진구는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한 여자가 그의 도련님과 하룻밤을 가진 뒤 도련님을 침대에 묶어놓고 도망을 쳤으니 도련님이 지금 그 사람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진구는 믿기지가 않았다. 허나 상황이 상황인 지라 그는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정신을 차린 진구는 3초도 안 돼 경도준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주었다. “수갑에 묻은 지문 채취해.” 경도준은 항상 빈틈없이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수갑에 그녀의 지문이 나오게 되면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그의 추적기와 지문까지 나왔는데 이제 어딜 도망갈 거야? 경도준은 자신의 시계를 힐끔했고 추적기 속 그녀가 5번 엘리베이터에서 중간에 몇 번 멈춰 서며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도망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엘리베이터에 있는 거야? 미리 고오한한테 연락을 하긴 했어도 그는 직접 그녀를 잡는 작전에 돌입하고 싶었다. 어차피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도망을 멈춰야만 한다! 그는 그녀가 잡힐 때의 표정을 보고 싶어 기대감에 벅차 있었다. 곧이어 경도준은 옷을 차려입은 뒤 방을 나섰다. 전용 엘리베이터에 오른 그는 기다릴 필요 없으니 속도가 유독 빨랐고 그녀보다 먼저 1층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는 내려가는 도중 또 한 번 전화를 걸었다. “호텔 입구 전부 봉쇄해. 그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려.” “그리고 호텔 감시카메라 확인해 봐. 5번 엘리베이터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통화를 마친 경도준은 진구한테 지시를 내렸다. 경도준은 뭐든 철두철미하게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바로 이토록 살길을 열어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텔 지배인은 집안 도련님의 전화에 얼떨떨하긴 했으나 즉시 그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지금 5층 엘리베이터에 있는 고하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초조하기만 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여러 번 멈춰서면서 시간을 꽤 낭비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3층에서 다 내려버렸으니 이제 남은 건 그녀 혼자였다. 어젯밤 누군가의 꾀임에 들게 된 그녀는 처음에는 의식이 멀쩡했었었다. 그 뒤로 도망가려고 했었는데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러다 다시 깨어나고 보니 그 남자의 옆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남자도 다 계획적으로 준비된 자는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방이 어두워 그 남자의 얼굴도 모르고 또 누군지도 모르니 말이다. 다만 절대 잡혀서는 안 되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정도는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를 침대에 수갑으로 채워놓은 것이었다. 그대로 그를 제지할 수 있을까... 만약 실패한다면... 엘리베이터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숫자를 보며 문득 뭔가가 떠오른 그녀는 그 남자가 어쩌면 쫓아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상황을 대비해 2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재빨리 계단 입구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1층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배인, 모든 입구에 경호원들을 배치했으니까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 고하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역시... 이 사람들은 분명 그녀를 노리고 있다. 만일 그녀가 원래의 계획대로 1층에서 내렸다면 독 안에 든 쥐의 신세가 돼 버렸을 것이다. 이 남자의 속도가 이토록 빠를 줄이야... 분명 침대에 손이 묶여 있을 건데 어떻게 이 빠른 시간 내에 이 모든 걸 준비했을 수가 있지? 상황을 누추어 봤을 때 이 호텔에서 이 남자의 영향력은 꽤 놀라울 정도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수갑이 그한테 아무런 영향이 없었나 보네! 그럼 이 호텔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나 위층으로 올라가나 도망갈 길은 없다. 그녀는 그 남자가 곧 있으면 내려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가서 도망갈 수 있을까? 왠지 모르게 그물을 치고 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허나 고하진은 경도준이 벌써 1층에 내려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5번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고하진의 성격상 벼랑 끝에 서 있을지언정 포기할 사람도 아니었다. 그리 손쉽게 잡을 수는 없을걸!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 알지! 아까 그녀가 입구에 가방을 놓고 엘리베이터를 나왔던 터라 엘리베이터는 2층에서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고하진은 입구에 놓였던 가방을 들었더니 엘리베이터는 곧장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곧이어 그녀는 올라가는 버튼을 빠르게 누르고 있었다. 5번 엘리베이터가 내려갔으니 다른 엘리베이터가 2층에 멈출 게 뻔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분명 지하 1층의 버튼을 눌렀던 5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멈춰 섰다. 인위적으로 멈춰 세우지 않았다면 절대 벌어지지 못할 일이다. 역시나... 그녀의 촉이 맞아떨어졌다. 거의 같은 시각 3번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녀는 3번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48층 맨 꼭대기 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던 그때 입구에 놓인 가방을 들어 올린 그녀는 곧 닫힐 문틈으로 재빨리 몸을 비집고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오고 나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닫히더니 빠르게 48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고하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누군가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3번 엘리베이터의 움직임도 틀림없이 발견했을 것이다. 그럼 그 사람들은 그녀를 잡으러 48층으로 올라갈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시간을 어느 정도는 벌 수가 있다. 고하진은 지체할 겨를이 없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3층에서는 한 고위 관직의 자녀분이 주최한 밤샘 가면 파티가 열린다는 걸 전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게 어쩌면 그녀가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지도 모른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시에 고하진은 외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경도준은 손목시계에서 3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빨간 점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은근 총명한데? 양동작전을 해보겠다는 거지? 하지만 아쉽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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