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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장 텔레파시

양형서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하강우 씨였군요.” 노선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보, 저 촌놈이랑 아는 사이예요?” “낮에 만난 적 있어. 그때부터 느낌이 쎄하더라니, 은지한테 사기까지 친 모양이야. 용기도 대단하지.” 양형서도 아주 교활했다. 하강우를 위해 설강수를 건드릴 일은 없다는 말이다. 그는 금방 무전기를 들고 경호원을 호출했다. “안으로 들어와.” 경호 팀장은 부리나케 제복 차림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회장님, 지시 사항 있으십니까?” 양형서는 하강우를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 촌놈을 제압하고 끌어내.” “네!” 경호원은 연장을 들고 빠르게 다가갔다. 팔 하나는 부러뜨릴 기세였다. 이 장면을 보고 양은지는 두 팔을 벌려 하강우의 앞을 막아섰다. “거기 서요! 이 사람은 내 비서예요!” 경호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쪽은 고용주이고, 다른 한쪽은 고용주의 딸이었다. 일개 월급쟁이인 그들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어색한 상황 속에서 하강우가 사람 좋게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저를 못 믿겠다면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네요. 어차피 목숨은 양 회장님의 것이니, 소신껏 판단하세요.” 말을 마친 하강우는 몸을 돌려서 떠나려고 했다. “안 돼요!” 양은지는 그를 막아서면서 진지하게 명령했다. “강우 씨는 제 비서예요! 그러니까 제 말을 들어야죠! 제발 우리 아버지를 도와주세요. 독충을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강우 씨밖에 없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의사일 뿐이에요. 그것도 시골에서 올라온 의사요. 은지 씨 아버지처럼 귀하신 분을 제가 어떻게 진료하겠어요.” “저기요. 이거 지금 비꼬는 거예요?” “제가 어찌 감히요. 그리고 진료란 의사만 원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은지 씨 아버지가 과연 허락해 줄까요?” “당연하죠!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강우 씨만 허락한다면요!” 양은지는 양형서의 곁으로 걸어가서 그의 팔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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