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정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심경준의 이름이 화면 위에 떴다. “심 대표님.” 유진성은 아주 덤덤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유진호가 이마를 확 찌푸리더니, 귀를 기울이며 대화 내용을 듣기 시작했다. “유 대표님,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백아연한테 바꿔줄 수 있으세요?” 심경준의 낮은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담겨 있었다. “아연이 지금 시간 없어요.” “그럼 언제 시간 되죠?” “심 대표님이 찾는 거라면, 영원히 없을 것 같네요.” 유진성의 성격은 평온하고 아주 예의 있었다. 하지만 독설할 땐, 정확하게 정곡을 찔렀다. 유민서는 흥분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잘했어!’ “…….” 한편 심경준의 얼굴은 폭탄에 맞은 것처럼 어두웠다. “아연이가 번호를 바꿨다는 건, 심 대표랑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죠. 아직 정식으로 이혼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있다면 폐를 그만 끼치세요. 그리고 자선 경매 활동에서 일어난 일, 저 다 알고 있어요.” 심경준의 동공이 수축했다. 그의 심장은 마치 가시가 있는 덩굴에 꽉 조인 것 같았다. 유진호도 몸서리를 쳤다. 이게 바로 유진성이었다. 자상한 반면, 저승사자처럼 무서운 모습도 있었다. 화가 없는 게 아니라, 가족과 무관한 일에는 화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 일은…….” “심 대표의 선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 선은 확실하게 넘으셨어요.” 유진성의 말투가 아주 사나워졌고 눈빛도 뜨거웠다. “제 선은 바로 아연이에요. 심 대표님의 전화를 받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경고할게요. 심 대표 약혼녀랑 가족, 잘 단속하세요. 아연이한테 시비 걸지 못하게. 만약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각오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말을 마친 유진성은 아주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같은 시각, 효원 별장. 심경준은 창가에 서서 이미 어두워진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심장이 마친 큰 손에 움켜쥔 것처럼 아프고 답답했다.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