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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장

억수처럼 퍼붓는 강풍을 동반한 빗줄기와 번쩍하던 번갯불까지. 잘못 본게 아니라면 분명 방금 심경훈은 나무 아래 서있었다! 게다가 휴대폰까지 손에 들고 있었는데, 죽자고 작정을 한건가?! ”난 안 나갈거니까 전화 끊고 당장 돌아가!” 강서진이 눈시울을 빨갛게 적시며 소리쳤다. “너 안 나오면 나도 안 가.” 심경훈의 목소리는 그 와중에도 결의에 차있었다. “이......미친 놈아!” 순백의 하얀 얼굴을 울그락 불그락거리며 아래로 내려가는 강서진이다. “아가씨! 아가씨!” 임지섭이 아무리 불러대로 강서진은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 심경훈은 휴대폰을 꽉 움켜잡고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별장 대문 쪽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내내 어두워져 있던 심경훈의 눈가가 반짝였고 호흡도 덩달아 빨라졌다. 겉옷을 걸친 강서진이 커다란 검은색 우산을 들고 잰걸음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머리는 바람에 쉴새없이 흩날렸고 몸도 당장 날아갈듯 보였지만 표정은 가냘프고 여리긴 커녕 여전히 쌀쌀맞기만 했다. 심경훈은 자꾸만 저 별빛마냥 은은하게 반짝이는 강서진의 눈빛을 어디에서 본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는 사이, 강서진은 벌써 앞에까지 다다라 있었다. 남 부러울것 없이 자란 떳떳한 강씨 가문 큰 아가씨, 흠 잡을데 하나 없이 완벽한 네 오빠들과 해문시 갑부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진 억만장자 아빠 밑에서 평생 누굴 쥐락펴락하며 살아오기만 했던 그녀가 대체 언제 이 남자 하나 때문에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신세가 됐을까. “심경훈, 넌 상식이 없는거야 제 정신이 아닌거야? 벼락 맞을뻔했는데 겁도 안 나?!” 윽박지르는 강서진과는 달리 심경훈은 느긋하게 물었다. “나 관심해 주는거야?” “관심? 하......” 강서진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피식 웃어보였다. “김칫국 마시지 마. 죽으려거든 우리 집 말고 다른데 가서 죽으라고 나온거니까.” 뼈 속까지 파고들 정도로 독한 말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경훈은 지금의 이런 백서아가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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