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서지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차 문이 열리면서 진수혁이 긴 다리를 뻗고 차에서 내려 그녀의 앞에 섰다. 그는 성숙하고 정중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무슨 일이야?” 서지수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하면서 진수혁과 말도 하기 싫다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진수혁은 하늘이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리 와.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서지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가 뭔데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거야?’ “하늘이가 들어도 괜찮다고 하면 난 상관없지.” 진수혁은 그녀의 옆을 스치는 순간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지수는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 하늘이는 작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엄마, 무슨 일이죠?” “아무것도 아니야. 너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서지수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하늘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엄마는 아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이따가 집에 가자.” “네.”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지수는 식지로 귀여운 아들의 코끝을 살짝 긁고는 진수혁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점점 멀리 사라지자 하늘이는 스마트워치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서지수는 이 일을 모른 채 진수혁을 따라가다가 낯선 사람을 대한 듯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해.” “네가 유리의 이마에 상처를 냈어?” 진수혁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지수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원래 반박해서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진수혁의 막무가내로 감싸는 성격이 생각나서 말을 아끼고 바로 인정했다. “그래. 복수하려고? 저기 돌이 있으니까 내 이마를 때려. 그러면 비슷한 상처를 낼 수 있을 거야.” 진수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며칠 지났다고 성질이 모질게 변했군. “내일 유리에게 사과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사과를 하는데?” 이렇게 반문한 서지수는 진수혁의 말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룻밤 생각할 시간을 줄게. 내일 점심 전에 푸른 별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