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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강하나는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러다 순간 예의가 없었다는 걸 깨닫고 급히 변명했다. “미안해요. 저... 직업병이에요.” 하지만 단정우는 그녀의 억지 변명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내비게이션 좀 설정해줘요.” 그의 배경화면은 고양이 사진이었다. 놀랍게도 이런 분위기의 남자가 키우는 고양이가 값비싼 품종이 아니라 평범한 코리안 숏헤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강하나는 무심코 말했다. “저도 어릴 때 코리안 숏헤어 한 마리 키웠어요. 근데 이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에 보냈죠.” “그래요?” 그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담담하게 대꾸했다. “고양이는 수명이 길어요. 아직도 생각난다면 한번 찾아볼 수도 있겠네요.” ‘다시 키울 수 있을까?’ 강하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저 대신 다른 사람이 9년이나 키웠을 텐데 이제 와서 도로 달라고 할 순 없죠.” 그녀는 내비게이션을 설정한 후 휴대폰을 차 앞쪽에 내려놓고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이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인아, 지헌 씨 지금 저택 앞에 있는지 좀 봐줘.” 그러자 이정인은 이유를 묻지 않고 곧장 몇 걸음 뛰어나가더니 금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있어요! 팔짱 끼고 차에 기대 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사람 붙잡고 싸울 기세예요. 겁나 무섭네요.” 다행히 정문으로 가지 않기를 잘했다. “넌 그냥 돌아가. 나 다른 차 타고 갈 거야.” “누구 차요?” 이정인은 그녀가 믿고 탈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걱정스러워했다. 강하나는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단정우 씨라고, 배우야.” “아! 저 알아요! 장연우 감독님이랑 친한 사람이죠?” “너도 알아?” 강하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작 그녀만 몰랐던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단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인이 알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 “몇 번 같이 밥 먹은 적 있어요.” ‘음... 그럼 남자 주인공으로 고려할 가치가 있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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