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엄마, 아빠, 그만 안고 있어요. 추나연… 아니, 추 법사가 그러는데 엄마 아직 다 나은 게 아니래요.”
그 말에 송강수는 순간 당황했다.
이제 막 깨어난 진자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송강수는 간단하게 모든 일을 설명했고 다 들은 진자현은 추나연을 향해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나연아.”
추나연은 이런 온화한 미인에게는 아무런 방어력도 없어서 그저 담담한 미소만을 돌려주었다.
“나연아, 우리 집사람 이제 깨어났잖아. 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추나연은 다가가 진자현에게 있는 부적을 떼어냈다. 부적 위의 붉은 주사는 이미 저부 사라졌고 황지도 추나연의 손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송진하는 놀라 그저 몸만 덜덜 떨었다.
이 부족에서 금빛이 빛나는 걸 분명 두 눈으로 직접 봤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사실 혼을 잃는 건 일반인에게는 아주 흔한 일에요. 다만 대부분 사람들의 혼은 금방 돌아오죠.”
추나연이 해명했다.
“사모님께서 혼을 찾을 수 없었던 건 이 병실 안에 죽은 기운이 가득해서 혼이 돌아오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죠.”
“방해한다고?”
추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해요. 만약 사모님께서 법기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귀신이 돼서 떠돌고 다녔을 거예요.”
법기?
진자현은 잠시 고민하다 목에 걸고 있던 옥패를 하나 꺼냈다.
“설마 이거?”
“이건 외할머니가 선물해 준 거야. 법사께서 효험을 내려주신 것이라고 했었어.”
진자현은 고개를 숙여 옥패를 쳐다봤다.
“어머, 여기 생채기가 여러 개 생겼네.”
“그 옥패가 재를 막아줬기 때문이에요.”
추나연은 옥패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 옥패의 영력도 거의 소모된 것 같군요.”
마치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음 순간, 옥패는 순식간에 두 동강 나버렸다.
“….”
진자현과 송강수는 침묵했다.
송진하는 저도 모르게 추나연을 쳐다봤다.
추나연은 양손을 등 뒤로 했다.
“옥패가 깨진 건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녀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언령도 아니고 말이다.
“사모님 주변의 검은 기는 그녀의 운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사모님은 양미간이 완만하고 두 눈이 맑은 것이 좋은 일을 자주 하시는 분 같군요. 일반적으로 사모님은 건강하게 장수하실 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검은 기운이 사모님을 감싸고 있는 건 다름이 아니라 바로 강수 아저씨 때문이에요.”
“나?”
송강수는 자신을 가리키다 이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게다가 나랑 집사랑이랑 팔자가 얼마나 잘 맞는데. 우리 사이도 아주 좋아.”
추나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두 분은 천생연분이세요. 원래는 노년까지 함께 하고 자식도 가득할 운명이십니다.”
원래라는 두 글자는 아주 교묘하게 들렸다.
“나연아, 할 말 있으면 해.”
진자현은 추나연이 말을 돌리는 것을 알아챘다.
“무슨 말을 하든 다 받아들일게.”
그녀는 담담하게 송강수를 흘깃 쳐다봤다.
송강수는 당장 무릎이라도 꿇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무릎을 꿇기도 전에, 추나연이 입을 열었다.
“강수 아저씨의 홍란성이 몇 년 동안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네요. 그 말인즉슨 강수 아저씨는 썩은 도화살에 거의 30년간 얽혀있어요.”
송진하와 진자현이 동시에 송강수를 쳐다봤다.
송강수는 곧바로 손을 들어 맹세했다.
“여보, 나 아니야. 나 진짜 아니야. 나… 나연아,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내가 몇십 년을 지켜 온 결백인데!”
“이건 제가 강수 아저씨의 관상과 사모님의 기운을 통해 추론한 겁니다.”
추나연은 엄숙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사모님께서 오랫동안 앓고 있었던 건 다 강수 아저씨가 도화살을 맞았기 때문이에요. 이 도화살이 노리는 건 본인이 아니라 도화살의 반려자와 반려자가 낳은 자식들입니다.”
“옛날에는 이런 도화살로 쥐도 새도 모르게 본처와 본처의 자식들을 죽이는 데 쓰였죠.”
특히 황실에서 이런 술법을 자주 사용했다.
추나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송강수는 그대로 벌떡 일어섰다.
“여보, 날 의심하지 마!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하늘이 증명해 줄 수 있어! 내 첫사랑은 당신이야, 열몇 살 때부터 당신을 좋아했고 계속 당신만 쫓아다녔어. 당신은 계속 내가 당신보다 어리다고 계속 거절했었잖아. 내가 몇 년을 쫓아다녔는데! 날 의심하면, 난… 난….”
말을 이어가던 송강수는 서러움에 거의 울 기세였다.
“….”
그 광경에 추나연과 송진하는 할 말을 잃었다.
화를 내려던 송진하는 지금 그저 난처함만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의 감정사에 대해 듣고 싶은 생각이 없어 마른 기침을 했다.
“추 법사, 잘못 봤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
송강수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추나연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사모님뿐만 아니라 사모님의 아들로서 당신도 도화살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의 기운이 떨어지는 것 외에도 안 좋은 인연들도 끊이질 않죠.”
송진하는 그 말에 펄쩍 뛰었다.
“확실히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같이 노는 친구들 중에서 그만 유독 재수가 없었다.
머리 위로 새가 지나가면 그의 머리 위로 꼭 새똥이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사람들끼리 모여 가위바위보를 해도 매번 지는 사람은 무조건 그였다.
무조건적으로 말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강성의 유명한 재벌 2세로서 그가 좋아하는 여자든 그를 좋아하는 여자든 끝내 좋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추나연을 보는 송진하의 눈빛이 바뀌었다.
“추 법사, 이 도화살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송진하가 긴장 어린 말투로 물었다.
송강수와 진자현도 일제히 그녀를 쳐다봤다.
추나연은 잠시 고민했다.
“없앨 수 있어요. 하지만 반드시 아저씨와 도화살이 이어진 사람을 찾아야만 해요.”
“찾아, 반드시 찾아야지. 지금 바로 찾자.”
송진하는 박수를 쳤다.
역시 갖은 풍파를 겪은 송강수 답게 벌써 이성을 회복하고 있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상대를 찾아야 했다.
못 찾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나연아, 상대방에게 어떤 특징이 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
거의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이라 특징 없이는 찾기도 힘들었다.
추나연이 입을 열었다.
“도화살의 특성상 강수 아저씨에게 도화살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아저씨와 너무 멀리 있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 멀면 사모님에 대한 영향도 그렇게 크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사람들의 사진만 가져온다면 누가 도화살을 날린 건지 알아낼 수 있어요.”
송강수는 조용히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알겠어. 최대한 빨리 그런 사람들을 전부 찾아볼게. 그때가 되면 나연이 니가 한 번 가려줘.”
“네.”
“진하야, 나연이 바래다주고 와. 나는 네 엄마랑 할 얘기가 있구나.”
송진하는 걱정 어린 눈으로 자신의 엄마를 쳐다봤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추나연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
막 밖에 나오고 방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병실 안쪽에서 송강수의 슬픔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아까는 날 의심한 거야?”
“누나, 내가 한평생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나라는 걸 알면서 저 애 말에 나를 의심하다니.”
“누나….”
탁!
송진하는 재빨리 문을 닫은 뒤 오소소 닭살이 돋은 팔뚝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