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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문을 여니 점잖게 생긴 중년 남자 하나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명 사장, 자네 집안 얘기 듣고 내가 특별히 도관에 가서 알아봐 달라고 했어.” “그 법사가 그러는데 자네랑 내 팔자가 잘 맞아서 내가 대신 유골 찾아줄 수도 있다네.” 남자가 빙긋 웃으며 명화를 바라봤다. 추나연의 말만 아니었으면 명화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을지 모른다. 어릴 때부터 한 마을에서 자란 둘도 없는 친구였으니까. 게다가 김동환이 먼저 연락해 알려주지만 않았으면 조상묘의 유골이 도난 당했다는 사실도 몰랐지. “명 사장은 무슨, 그냥 명화라고 부르래도.” 명화가 의구심을 잠시 거두고 김동환을 안으로 들였다. 안으로 들어온 김동환은 법사에게 들은 말을 자세히 전하기 시작했다. 명화는 그런 모습을 보며 방금 전 의구심을 품은 게 조금 미안해진 모양이다. 신청자 역시 난감해하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저 사람이 유골을 찾아줄 수 있는 건 맞습니다. 허나 가족 분들이 아닌 스스로를 돕는 거겠죠.” 그 말에 김동환이 명화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명화의 설명을 들은 김동환은 살짝 표정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다시금 허허 웃으며 말했다. “명오야, 넌 대학생 애가 무슨 미신을 믿고 그래? 인터넷에 있는 건 믿을만한 게 못 돼. 내가 자문했던 분은 유명한 법사님이시거든.” “그래도 믿음이 안 가면 이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해도 돼. 사람 많으면 그만큼 해결도 빠르겠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말투에선 헛수고 그만하라는 식의 야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추나연이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바로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요?” “네.” 한 집안 사람들, 심지어 김동환까지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바라봤다. 추나연의 말에 따라 걸음을 옮길수록 그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해갔다. 마을 뒷산,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가시덤불을 지나니 웬 낮은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저 안에 있습니다.” 아들을 밀쳐낸 명화가 손전등을 들고 들어가더니 10여 분 뒤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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