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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추기한은 그 카드를 추나연에게 준 뒤 회사 전화를 받고 회사로 향했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추나연을 안아주며 몇 마디 위로해 주고는 회사로 떠났다. 블랙 카드를 손에 든 추나연은 조금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이게 바로 가족애라는 건가? 이게 바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예쁨을 받는 기분인 건가? 참 이상하고, 따뜻하고, 아주 행복한 감정이었다! 추나연은 시선을 반쯤 내리깐 채 두 눈에 흐르는 수많은 감정을 가렸다. 추나연의 기분을 모르고 있던 송진하는 쯧쯧 혀를 찼다. “기한이 형도 참 여자 마음을 몰라. 이런 때엔 백화점에 쇼핑을 데려가야지. 가서 백화점을 반쯤 옮겨와야 동생 기분 풀어줄 수 있는 건데.” 추나연은 블랙 카드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전 그런 거 안 좋아하니까 지금이 딱이네요.” 만약 추기한이 정말로 송진하가 말한 것처럼 그런다면 오히려 더더욱 불편해졌을 게 분명했다. 고용인은 추나연의 아침을 내왔다. 송지하는 그녀의 옆에 앉아 추나연이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는 걸 구경했다. 그리고 2층에서는 이따금 추호준 부부와 추성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화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예쁜 공주님이야. 엄마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야.” “엄마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건 당연히 너지. 어렸을 때부터 그랬잖아.” “엄마아빠의 사랑은 변한 적 없어.” “착하지, 자, 뚝. 더 울면 엄마아빠 마음 아파.” 듣다 못 한 송진하는 쳇 하고 혀를 찼다. “전에는 몰랐는데 추성화 진짜 불여시 같네.” 분명 추성화의 엄마가 두 아이를 바꿔치기 한 탓에 추나연이 밖에서 이십몇 년간 떠돌았었다. 그런데 후회를 하면서 추나연에게 보상해 줄 생각을 하기는커녕 추씨 가문 사람들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빼앗은 주제에 추나연이 자신의 것을 빼앗아 가려는 것처럼 서러운 꼴을 하고 있었다. “누님, 화 안 나?” 송진하는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방관자로서 그 광경을 보고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추나연 본인은 오죽할까 싶었다. “화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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