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진하야! 방금 북부 교외에 간다는 게….”
송진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교외로 가서 묫자리 봐주는 거예요! 어제 추 법사님이 방송에서 말했거든요! 아주머니, 어제 방송 안 봤어요?”
추성화가 나오는 예능이나 촬영한 드라마는 물론 심지어는 홈쇼핑 방송도 송진하는 제시간에 맞춰 본방 사수를 했었다.
심지어는 주변 친구들을 불러서라도 봤었다.
설마, 아주머니는 추 법사님의 방송을 안 본 걸까?
보아하니 송선아도 그런 생각을 한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조금 드러났다.
추나연은 담담한 얼굴을 했다.
“가죠.”
송진하도 조금 난처한 표정이었다.
“그래.”
송선아와 인사를 한 뒤 그는 추나연을 따라 차에 탔다.
추씨 가문은 친딸과 양딸을 대하는 태도가 추성화가 말한 것과는 많이 다른 듯싶었다!
추씨 가문은 추나연이 돌아왔다고 추성화를 홀대하는 게 아니라 되레 친딸인 추나연이 냉대를 받는 것 같았다.
송진하는 바보가 아닌지라 잠시 생각하던 그는 그 이유를 깨닫고는 추성화에 대한 미움이 조금 생겨났다.
비록 추성화는 추나연이 돌아온 뒤 자신이 무슨 고생을 했는지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애매모호한 말들은 오해를 사기 쉬웠다.
차는 빠르게 북쪽 교외로 향했다.
김성봉은 지팡이를 집은 채 집안 사람들을 데리고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잇었다.
추나연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 온 집안 사람들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이분이 그 법사님이신가?”
김성봉의 아버지, 김창수는 조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젊은 여자를 쳐다봤다.
이렇게 젊은데, 믿을 만할까?
추나연은 별다른 해명 없이 본론을 꺼냈다.
“새로 옮긴 묫자리부터 보죠!”
“그래요! 그래!”
되었다, 이왕 왔으니 데리고 가 보지, 뭐!
……
김씨 집안이 새로 옮긴 묫자리는 마을에서 멀지 않은, 마을 입구 산어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김씨 집안 사람들이 앞장서서 걷고 있었고 추나연과 송진하는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송진하는 이런 농촌은 처음이라 주변의 무덤을 보니 조금 스산해졌다.
“추 법사님….”
“추 법사라고 부르지 말고 추나연이라고 불러요.”
“추나연이라고 하는 건 너무 불손하잖아!”
송진하는 그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나연 누님이라고 할게!”
추 법사보다는 친근하고 추나연보다는 공손해 보였다.
“마음대로 해요.”
추나연은 별안간 앞에 있는 묘를 가리켰다.
“저 자리인가요?”
김성봉은 깜짝 놀랐다.
“법사님, 어떻게 아셨어요?”
추나연의 대답이 이어졌다.
“왜냐하면 이 묘만 수출 임관했거든요.”
“수출임관이요?”
“이 묘의 자리는 사실 좋은 자리입니다. 술용을 머리로 신방으로는 물이 손사하고, 계산정은 정방향에 있고 귀인에 좋은 말이 거리를 누르는 것이 산 좋고 물 좋고 기운 좋은, 일반적으로 봤을 땐 가족과 재산이 다 흥할 풍수지리입니다.”
김성봉의 아버지인 김창수는 옆에서 있는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제가 2천만 원을 들여서 부른 법사님이 찾아준 좋은 묫자리란 말입니다.”
“당시에 법사님이 한참을 쳐다보고는 이쪽으로 옮겨도 문제없을 거라고 했어요.”
“근데 무엇 때문인 건지 이장을 마치니까 집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더라고요.”
무덤의 정면으로 간 추나연은 별안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유가 여기 있었군.”
“법사님, 왜 그러세요?”
송진하도 호기심 어린 얼굴로 추나연을 쳐다봤다.
“이 두 고랑, 나중에 생긴 거죠?”
흘깃 쳐다본 김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비가 안 왔었는데 묘는 이미 파놨고 아직 이전은 안 한 상태였지요. 비가 와서 다 파놓은 묘를 쓸어갈까 봐 얼른 와서 배수구를 팠었죠.”
그는 조금 겁을 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법사님, 제가 판 배수구 때문이빈까?”
이 두 배수구는 비록 깊지는 않았다. 고작 엄지손가락 한마디만 한 깊이였다.
하지만 쨍쨍하게 맑은 날인 지금도 배수구에는 옅은 물줄기가 있었다.
“이 배수구, 너무 잘 파셨어요.”
“….”
김창수는 그 말이 왠지 칭찬같이 들리지는 않았다.
“이 배수구는 정방에서 파서 오방으로 향하는 탓에 물줄기가 정오 이방에서 흐르고 있군요.”
“물이 정방에서 나가면서 토우를 이끌어 그대로 천리를 빠져나가게 되고 모래가 빠지고 물이 흐른 뒤 또 정오방에서 나가는 꼴입니다.”
“풍수에서 이런 묫자리는 절수 역충묘라고 하는데 사람의 황천을 죽이는 묫자리입ㄴ디ㅏ.”
“정녹이 오에 있어 녹이 그대로 소황천을 밀죠.”
“오방은 태방인데 태는 내면서 묘는 안 내죠.”
추나연은 김창수를 쳐다봤다. 이 사람을 동정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배수구를 판 덕에 가족과 재산을 흥하게 만들 제대로 된 좋은 묫자리를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대가 끊기게 하는 황천묘로 만들었어요.”
제대로 된 풍수지리학자라도 단번에 좋은 풍수 자리를 김씨 집안 같은 꼴로 만들지는 못했다.
“물은 산의 혈맥의 정수라 사람을 해치고 돕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김성봉은 자신이 짚고 있는 지팡이와 묫자리 앞의 배수구를 쳐다봤다.
“법사님, 그럼 저희 이제 어떻게 해요?”
그는 지금 후회가 막심했다.
추나연은 무덤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새로운 곳으로 묘를 이장하는 것. 둘째는 이곳의 풍수지리를 바꾸는 것이죠.”
김창수가 물었다.
“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장을 하죠! 이곳의 풍수지리는 이미 바뀌어서 다시 고친다고 해도 전보다 좋지는 않을 겁니다.”
김창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성봉이 먼저 대답했다.
“그럼 법사님 말에 따르겠습니다.”
김창수도 대답했다.
“법사님 말대로 하겠습니다.”
추나연은 무덤에서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
“저 자리 괜찮네요.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둡고 무덤 앞쪽에 측백나무 두 그루 있는 것이 집안의 안녕을 지키고 대가 번창할 겁니다.”
김창수가 그 자리를 쳐다봤다.
“전에 그 법사님도 저 자리를 이야기한 적 있어요. 하지만 이 자리가 저 자리보다 좋다고 하던데요.”
“확실히 지금 묫자리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때도 운명이지요. 당신의 명줄에 복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더 높게 올라가려는 건 과한 욕심입니다. 이곳의 묫자리는 당신네 집안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랬다간 화만 입게 될 겁니다.”
김창수는 그 말에 조금 낙담하면서도 겁을 먹었다.
김성봉은 자신의 아버지보다는 생각이 잘 통했다.
“아버지, 전 지금 우리 집안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단번에 오를 수는 없으니 천천히 가죠.”
“하아! 그래!”
어쩌면 이게 운명일지도 몰랐다.
분명 그렇게 좋은 묫자리가 있었는데 그의 조심스러움과 욕심에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자식들이 해를 입고 있었다.
“법사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김창수는 빠르게 추나연이 말한 물건들을 준비했고 정오 12시를 틈타 무덤에 검은 천을 덮었다.
그리고 묘를 들어, 이장했다.
묘의 이장이 끝나고 김창수는 김성봉을 데리고 무덤 앞에서 종잇돈을 태운 뒤 절을 올렸다.
그의 착각인 건지, 절을 하고 나니 내내 가슴에 차 있던 울화가 순식간에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잠시 멈칫한 그는 추나연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더 깊어졌다.
“법사님, 이렇게 이장하면 끝인 거죠? 성묘해도 되는 거죠?”
“됩니다.”
바로 그때, 김성봉의 휴대폰이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추나연을 보자 추나연이 눈썹을 들썩였다.
“받으세요, 좋은 일일 겁니다.”
전화를 받은 김성봉은 상대 쪽에서 무슨 말을 한 건지 잠시 놀란 표정이더니 이내 한껏 기뻐했다.
“진짜요? 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릴게요.”
통화를 마친 김성봉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 건강 사실 문제없대요. 병원기기가 고장이 나서 찍은 필름에 문제가 있었던 거래요.”
“병원 법무팀에서 저희에게 배상에 대해 상의하고 싶대요.”
김창수도 이제 막 이장을 끝내자마자 상황이 개선이 될 줄은 몰랐다.
“법사님, 정말 너무 대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