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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저 세 사람 이상하지 않아? 저렇게 꼬질한 옷 입고, 저 여자는 청소부 옷에 밀짚모자를 쓰고 들어오다니. 세상에, 여기 그래도 브랜드 전문점인데.” 명품 백을 들고 옷을 고르려던 귀부인 한 명이 세 사람을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지금 바로 쫓아내겠습니다!” 옆에 있던 점원이 얼른 웃으며 귀부인에게 말하더니 다시 옆에 있는 점원을 바라봤다. “가서 나가라고 해, 격 떨어지게 정말!” 점원은 즉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세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에서 옷을 살 생각인가요? 저희 매점은 해외상품만 취급하는 명품 럭셔리 매장인데...” 여직원은 보통 이렇게 말을 하면 돈이 없는 손님들은 자신이 매장을 잘못 찾았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하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사람을 잘못 봤다. “마침 럭셔리 매장을 찾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제 아내와 어머니에게 비싼 옷을 사주려고 했던 참이었거든요, 너무 격 떨어지는 옷은 눈에 안 차서.” “네? 손님, 확실하세요?” 여직원이 멍청하게 물었다. 그러자 도범이 옆에 있던 박시율을 보며 대답했다. “이렇게 예쁜 아내를 두었는데 고급스러운 옷을 입는 것도 당연하잖아요.” “네, 그럼요, 당연하죠. 그런데 혹시라도 계산을 할 때가 되어서 곤란한 상황을 마주할까 봐 그런 거 아니겠어요?” 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매장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직접 그들에게 돈도 없는 주제에 여기의 물건들을 살 수나 있겠냐고 했을 것이다. “무슨 곤란한 상황을 마주친다는 거죠?” 직원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도범은 원피스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율아, 저 원피스 괜찮네,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됐어, 나 저런 색 안 좋아해. 도범, 우리 그냥 나가자!” 박시율이 도범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결혼 전에는 그녀도 이런 매장에 자주 왔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런 매장에 오니 그녀는 마음대로 쇼핑을 즐길 수 없었다. “이런 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좋은 핑계거리네.” 그때 귀부인이 세 사람 쪽으로 다가오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 그렇게 체면 차릴 필요 있어?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자존심을 챙기겠다고, 그건 돈 있는 사람만이 챙길 수 있는 거야!” “돈이 없다니, 어디를 봐서 우리가 돈이 없다고 생각한 겁니까?” 귀부인의 말을 들은 도범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이 없었지만 박시율에게 뭐라고 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어디를 봐도 돈이 없어 보이는구만, 무슨.” 귀부인은 도범이 말대꾸를 할 줄 몰랐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하나는 청소부에 두 사람은 옷을 꼬질꼬질하게 입은 주제에 어떻게 여기의 옷을 살 수 있겠어? 이 옷 가격을 봐봐, 몇 백만 원이라고.” “뭐! 몇 백만 원!” 서정은 깜짝 놀랐다. 이곳의 옷이 비쌀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기껏해야 몇 십만 원 정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백만 원이라니. “도범, 그냥 가자. 우리 다른 데 가서 보자.” 서정이 미간을 찌푸리고 도범을 보며 말했다. “어머니, 여기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곳의 옷은 시율이한테 어울리니 먼저 시율이를 위해 고르고 이따 어머니 옷을 골라드릴게요!” 도범이 웃으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이걸로 하자, 시율아, 가서 입어 봐.” 도범은 자신이 고른 옷을 꺼내더니 박시율에게 건네줬다. “정말 입어보라고?”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여자라면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다. 이런 옷을 그녀도 당연히 입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예전과 달랐다. 그녀는 더 이상 그때의 미녀 대표님도 아니었고 박 씨 집안의 아가씨도 아니었다. 도범에게 5천여만 원의 상여금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도범이 피를 흘리며 목숨까지 걸어 바꿔온 것이었다. 그녀는 도범이 목숨으로 바꿔온 그 돈을 이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 “입어 봐, 뭘 겁내는 거야?” 도범이 박시율을 탈의실 안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저렇게 꼬질한데 우리 옷을 더럽히면 어쩌려고 그래요? 나중에 팔지도 못할 거라고요!” 점원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한 마디만 더 하면 내 주먹이 날아갈 거야.” 도범이 점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점원은 무서운 그의 기세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옷을 사는데 입어보지도 못하게 하는 법도 있습니까? 그럼 저 탈의실은 그냥 장식인가요?” 도범은 말을 끝내자마자 박시율을 탈의실 안으로 보냈다. 박시율은 그런 도범을 보며 그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정말 5년 전, 2억을 위해 데릴사위도 마다하지 않고 박이성을 대신해 전쟁터에 뛰어든 배달원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지금의 도범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남자답고 패기가 넘쳤다. 박시율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얼른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왔다. “시율아, 그 치마 입으니까 정말 너무 예뻐!” 서정도 박시율을 보더니 말했다. “몇 백만 원이어도 사, 그동안 우리 도범이 시율이 너를 위해서 사준 것도 없는데 당연히 사줘야 했던 거야. 돈만 있었더라며 몇 십 벌, 아니 몇 백 벌을 사도 돼!” “예쁘긴 한데 너무 비싼 것 같아요.”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리고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더 돌아볼까요? 여기에 매점도 많잖아요.” “마음에 들면 사, 돈 걱정하지 말고.” 도범이 옷 두 벌을 더 가지고 오며 말했다. “이것도 예쁜데 한 번 입어봐!” “잠깐만요, 그건 정말 안돼요.” 점원이 다급하게 그중의 한 벌을 가져가며 말했다. “손님, 이 옷은 한정판이라 전국에 딱 이 한 벌밖에 없습니다. 치마만 해도 거의 이천만 원하는 옷인데 저희 매장에서 제일 비싼 옷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짝!” 점원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범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잊은 겁니까? 한 마디만 더 하면 주먹이 날아갈 거라고 했죠!” “당신...” 점원은 화가 나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정말 사람을 때리다니.’ “이 사람이 미쳤나? 돈도 없는 주제에 어디서 행패질이야? 사람을 때리다니, 너 같은 사람은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해! 너 돈 있다 그랬지, 어디 딱 기다려. 이따 돈 못 내면 너 여기서 못 나가!!” 귀부인은 말을 마치더니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사람 데리고 2층 남쪽으로 와, 웬 가난뱅이가 내 앞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으니까!” “도범,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그 모습을 본 박시율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그냥 가자, 나 저 옷 안 입어도 돼!” “사람 보는 눈도 없고 말도 많으니 혼을 좀 내 줘야 다시는 이런 짓 안 하지!” 말을 마친 도범이 옷을 들더니 말했다. “안 입어봐도 되니까 포장해 주세요. 크기를 보니 비슷한 것 같으니까!” “그냥 입어볼게.” 박시율은 정말 이렇게 비싼 옷을 사서 돌아갔는데 크기가 맞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도범의 기세를 보니 오늘 꼭 이 옷을 사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두 벌의 옷을 다 입어보기도 전에 문 앞에는 정장을 입은 일곱 여덟 명의 보디가드들이 도착했다. 그 귀부인도 문 앞에 서서 차갑게 웃으며 도범을 바라봤다. “사모님, 저 가난뱅이입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렇게 가난한 데 버릇없는 놈들을 저도 많이 만나봤습니다. 이따 제가 잔인함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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