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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문이 닫혔다. 그제야 송유리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두 팔로 다리를 감싸 안고 머리를 파묻은 채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릴 수 있었다. 그동안 고인성의 마음에 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냉대를 받아도 억울해하지 않고 끊임없이 만회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방금 있었던 일은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을 안겨 주었다.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었고 마치 고인성이 전에 말했던 것처럼 장난감 취급당하는 기분이었다. 찰칵- 문이 갑자기 열렸다. 송유리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지만 등 뒤는 이미 침대 머리맡이었다. 놀란 사슴처럼 그녀의 눈가는 붉게 물들었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갈아입어.” 고인성은 나지막이 말하면서 옷을 침대 위에 툭 던졌다. 곧이어 문이 다시 닫혔다. 송유리는 침대 끝에 놓인 옷을 내려다보았지만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고인성이 다시 올지도 몰랐고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진동했다. 그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황이진에게서 온 문자였다. [오늘 어디 갔어? 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들어와?] [언제쯤 들어올 거야?] [헬로?] [야...] [부재중 음성 통화] [부재중 음성 통화] ... 아까 송유리는 원래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고인성과 마주칠 줄은, 더군다나 그의 집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황이진의 걱정 어린 문자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대충 닦고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송유리: [미안해요, 이진 언니. 이제야 휴대폰을 확인했어요. 오늘 밤은 아마 못 들어갈 것 같아요.] 황이진: [응. 누구랑 있어?] 송유리는 문 쪽을 흘끗 보고 한참 망설이다 답장했다. [친구요.] 친구라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더니 황이진은 더 캐묻지 않고 진지하게 당부했다. [알았어. 그래도 조심하고 살아서 돌아와!] 송유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순순히 답했다. [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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