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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말요?” 명서원은 더욱 열심히 주위를 살폈다. 그는 고인성 곁에서 오래 일했기에, 고인성이 아는 사람의 여덟아홉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 한 명의 낯익은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못 봤는데요...” “갔...나봐...” “네?” 앞 글자만 들은 명서원은 고인성이 이제 출발하자는 뜻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떠났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고인성이 발걸음을 옮기자 곧바로 뒤를 따랐다. 고인성이 떠나려 하자, 송혁수는 경호원들의 보호망을 뚫고 다급히 나서더니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간절하게 외쳤다. “고 대표님, 저희 회사는 가방 OEM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자체 디자이너도 보유하고 있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차 한 잔이나 식사하면서 협업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고인성은 그를 완전히 무시한 채,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송혁수가 다시 다가서려 하자, 명서원이 재빨리 그를 막았다. “명함은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필요하면 제가 대표님께 대신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송혁수는 고개를 숙이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명서원은 그의 명함을 받아 들고는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경호원들은 송혁수를 조용히 끌어냈다. 비트 타운 입구에 다다른 후, 명서원은 쓰레기통 앞을 지나며 아무렇지 않게 송혁수가 건넨 명함을 던져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송혁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체면을 유지하려 애썼다. ... 다음 날 저녁 7시, 송유리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일찍 출근했다. 그녀가 탈의실에 들어서자, 몇몇 여자 직원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너희 들었어? 오늘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이진 언니를 데리고 갔대. 혹시 무슨 사고를 쳐서 잡혀간 거 아니야?” “나도 입구에 줄지어 있는 고급 차를 봤어. 그 정도 기세면 일반인은 아니겠지.” “차에 달린 마크를 보니까... 고씨 가문 차 같았어.” “뭐? 고씨 가문 사람을 건드린 거야? 이진 언니 이번엔 진짜 끝났네? 아마 다시는 못 돌아올걸?” 손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거들었다. “우리 같은 곳에서 일하려면 조심해야 해. 아무 사람이나 건드렸다간 큰일 나지. 사실 황이진은 평소에도 종종 큰돈을 벌려고 무리수를 던졌었잖아? 그렇게 막살다가 결국 터질 게 터진 거지 뭐.” 손서우와 황이진은 비트 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직원으로,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황이진의 라이벌이었던 손서우는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따뜻한 말 한마디 없었고, 오히려 남의 불행을 즐기며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직원들은 겁에 질린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짜 무섭다. 우리도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송유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탈의실을 둘러봤다. 정말로 황이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언니한테... 정말 무슨 일 생긴 거야?’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황이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진 언니, 누가 언니를 데리고 갔어요? 지금 안전해요? 필요하면 경찰에 신고할게요.] 송유리는 무력함을 느꼈다.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긴장됐던 1분 1초가 지나고, 드디어 황이진에게서 답장이 왔다. [괜찮아! 유리야, 나 멀쩡해. 무슨 복을 받았는지 갑자기 좋은 일이 생겼어. 완전 금수저 인생이 시작됐어!] [사진] [영상] 사진 속 황이진은 호화로운 대형 침대에 누워 있었다. 뒤편에 보이는 커다란 창문 밖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었고, 영상에는 방 안의 고급스러운 가구와 소품들이 담겨 있었다. 송유리가 황이진의 얼굴과 목소리를 몰랐다면, 인터넷에서나 다운한 ‘꿈의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짜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여기는 고인성 대표님의 집이야. 앞으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나 이제 부자 아줌마야!] “고인성 대표님이요?” 그 이름을 본 순간, 송유리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그 남자가 떠올랐고, 고인성의 차갑지만 아름다운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 언니가 고인성 대표와 사귀는 사이였던 거야? 그런데 어젯밤 나와 있었던 그 일은...’ 송유리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건 언니에게 못 할 짓을 한 거나 다름없어... 하지만 고인성 같은 사람이 좋은 남자일 리 없잖아.’ 송유리는 고민 끝에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도 예전에 돈 많은 사람들이 비트 타운에 오는 건 다 이유가 있다고 했었잖아요. 사실... 어젯밤 비트 타운에서 고인성 대표를 본 것 같아요...] [남자라면 원래 그런 거야. 돈만 있으면 다 괜찮아. 어차피 난 이제 부잣집 여자라서 아무 상관 없어.] 송유리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리 말해도 황이진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언니, 행복하세요.] [조만간 너도 우리 집에 초대할게. 여기 정말 궁궐 같아!] 송유리는 답장하려다 말았다. 고인성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었다. ‘그날 밤 방 안은 어두웠고 우리는 정신이 없었어. 고인성이 내 얼굴을 기억할까?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고인성 앞에 나타나서는 안 돼.’ [요즘 계속 근무가 있어서... 아마도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괜찮아. 시간 되면 언제든 와!] 송유리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적어도 황이진이 무사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시간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술집에서 서빙을 하는 일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적어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이진이 비트 타운에 와서 사직서를 냈다. 그녀는 완벽히 변신해 있었다. 명품 옷에, 화려한 액세서리까지 주렁주렁한 것을 보니, ‘부잣집 사모님’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송유리에게는 고급스러운 하얀색 명품 가방을 선물하며 말했다. “이건 새 학기 축하 선물이야.” 송유리는 손사래를 쳤지만, 황이진은 끝까지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 나서 롤스로이스를 타고 떠났다. 동료들은 창문에 몰려들어 부러운 눈길로 그녀의 차를 배웅했다. “우리는 다 똑같이 일하는데, 어떻게 이진 언니만 이렇게 인생이 바뀌지?” “진짜 복 터진 거야. 부잣집 사모님이라니...” 손서우는 비꼬듯 말했다. “분명 대머리에 기름 좔좔 흐르는 늙은 할아버지겠지. 그게 뭐가 부럽다는 거야?” 그녀는 질투에 사무쳐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수군거렸다. “그래도 이진 언니가 예쁘긴 예쁘지. 우리 비트 타운에서도 얼굴 하나로는 최고였잖아.” “다들 마스크 쓰고 일하는데, 얼굴이 뭐가 중요해...” 송유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인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가운 눈빛,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묘하게 이끌리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황이진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금세 스스로를 다잡았다. ‘절대 부러워하면 안 돼. 어젯밤 일은 그냥 없었던 일로 생각하고 평생 내 마음속에 묻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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