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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음 날 아침. 송유리는 온몸의 뻐근함에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마치 무엇인가에 단단히 묶인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지? 대체 무슨 상황이야...’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천천히 어젯밤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고통스러웠지만, 그 안에 묘한 달콤함도 섞여 있었다. 상대방은 지치지 않고 마음을 다했고 함께 보낸 그날밤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다. 상대방의 열정은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신이 질투할 만큼 완벽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고, 길고 촘촘한 속눈썹은 그의 고른 숨결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부드러운 깃털이 스쳐 가는 듯, 그 모습만으로도 묘하게 마음을 간질였다. 송유리는 조심스럽게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바닥에 흩어진 비트 타운 유니폼을 집어 들었다. 초미니 스커트와 민소매 셔츠, 나비넥타이로 이루어진 세트는 어젯밤의 흔적처럼 군데군데 구겨져 있었다. 그녀는 최대한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단정하게 머리를 말아 올렸다. 마지막으로 금색 마스크를 착용하며 완벽히 유니폼을 갖추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손잡이를 잡았다. ‘반드시 여기서 나가야 해!’ 예상 밖으로 문이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어젯밤 그녀를 방으로 끌어들였던 남자가 문밖에 서 있었다. 그녀를 보자 처음엔 놀랐지만, 곧바로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은 잘 끝났어요? 어젯밤엔 경황이 없어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저... 저는 이만 출근해야 해서요.” 송유리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빨리 그곳을 떠나려 했다. 명서원은 송유리의 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됐어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수고비는 드려야 하는데, 왜 저렇게 도망가듯 가버린 거야?” 그는 송유리의 속마음까지 궁금해할 여유가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니 고인성의 수트와 바지, 속옷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하얀 침대 시트 위에는 선명한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명서원은 반사적으로 흠칫 놀라며 침대 위에 누워있는 고인성을 확인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잠에서 덜 깬 고인성은 간신히 눈을 떴다. 그는 코앞에 있는 명서원의 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망설임 없이 발길질했다. “꺼져.” 명서원은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났지만, 여전히 고인성의 안위를 걱정하며 물었다. “대표님, 다치신 거 아니에요? 그 여자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감히 대표님께 손이라도 댄 건가요” 고인성은 무표정하게 침대 위의 붉은 자국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내 피가 아니야.” “그럼...” 명서원은 얼어붙은 채 그 자국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마침내 믿기 어려운 사실을 떠올렸다. “혹시... 그 여자의 건가요?” 고인성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무언의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명서원은 자신이 한 추측이 맞다는 사실에 놀라며 중얼거렸다. “진짜... 성공한 건가?” “그 여자는 어디 갔어?” “조금 전에 갔습니다.” “갔다고?” 고인성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눈동자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을 끝냈다고 그냥 가버린 건가? 돈 받은 대로만 움직이는 건가?’ 그는 냉소를 흘렸다. 명서원은 고인성의 속내를 감히 짐작하지 못했지만, 조금 전에 나간 송유리를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 여자의 외모나 몸매는 정말 뛰어났는데... 그런데 묘하게 싸구려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좀 별로였던 것 같은데. 대표님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나? 그리고... 그 여자는 경험이 많아 보였는데, 어떻게 첫 경험이었다는 거지? 뭔가 이상해...’ “나가.” 고인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명서원의 생각을 단칼에 끊어냈다. 고인성은 이불을 온몸에 두른 채, 그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명서원은 고인성과 오래 일해왔지만, 그의 맨몸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가라는 말 안 들려?” 두 번째 경고에 명서원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명서원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휴, 살았다...’ “명 비서님,죄송합니다...” 한 여자가 비트 타운의 유니폼을 입고 명서원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젯밤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해요.” 명서원은 그녀를 잠시 훑어봤다. 아침에 떠나던 여자와 옷차림도, 체격도 똑같았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착각이겠지. 하룻밤 사이에 소녀에서 여자로 변했는데, 기운이 달라질 수도 있지...' 그는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녀를 위로했다. “경험이 없어서 과정이 좀 서툴렀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했어요. 이건 약속했던 4억 원입니다.” 명서원은 그녀에게 수표를 내밀며 덧붙였다. “하지만 절대 이 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알겠죠?” 황이진은 순간 얼어붙었다. ‘난 어젯밤에 오지도 않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잘했다는 거지?’ 하지만 눈앞에 놓인 4억 원짜리 수표에 그녀의 눈은 반짝였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모르는 일이라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 “알겠습니다.” 황이진은 진지하게 대답하며 수표를 단단히 쥐었다. “고생했습니다. 이제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황이진은 고개를 숙이며 수표를 품에 꼭 안고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 비트 타운 직원 휴게실. 야간 근무를 마친 직원들은 휴게실에서 일손을 놓고 쉬고 있었다. 직원들은 옷을 갈아입으며 자연스럽게 어젯밤의 일들을 수다 떨고 있던 중, 매니저가 휴게실 문을 벌컥 열고는 호통을 쳤다. “송유리! 송유리 어디 있어?” 구석에서 옷을 갈아입던 송유리는 놀란 토끼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저... 여기 있어요.” “술 한 병 배달하라고 했더니 밤새 연락이 안 돼! 술은? 어디 갔어?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되고!” 송유리는 입술을 꼭 깨물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을 말할 수도 없고,,, 변명할 자신은 더더욱 없고...’ 매니저는 그녀의 침묵을 오히려 반항으로 받아들였고, 화는 점점 더 치밀어 올랐다. “술 한 병 배달하랬더니 어디 가서 농땡이 친 거야?” “매니저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관심 없어! 중요한 건 술이 배달되지 않았다는 거야! 어젯밤 하루 일당 5만 원에, 술값 170만 원까지 전부 차감이야! 앞으로 또 이런 일 생기면 당장 잘라버릴 거야!’ 송유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반박할 여지도 없었다. 술을 배달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깨끗했던 삶에 금이 간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번 월급만 받으면 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금액이 차감되면, 이번 학비는 물거품이 될 게 분명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세상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눈물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했다. 그때, 진우정이 막 나간 뒤 황이진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제대로 한 건 했어. 다들 밥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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