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자동차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자, 고인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여전히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눈가에는 약간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마치 방금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흐릿한 눈빛이었다.
“퇴근이 많이 늦었네?”
짧은 인사조차 없이 바로 질문이 이어졌다.
송유리는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녀의 고단함을 고인성이 이해할 리 없었으니까.
“제가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먼저 갔을 텐데.”
그녀의 물음에 고인성은 잠시 침묵했다. 대답을 고민하는 순간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그의 말은 지나치게 간결했다. ‘지나가다’와 ‘우연히’라는 단어가 이렇게 어색하게 어울릴 수 있나 싶었다.
‘설마... 날 보려고 여기서 밤새워 기다린 건 아니겠지? 그랬다면 이건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지.’
송유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사실은 야근했어요.”
“이 시간까지 야근했어?”
“네. 대표님은 회사에서 야근 안 하나요?”
그녀의 반문에 고인성은 더 이상 말다툼을 할 기운이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타.”
“괜찮아요. 택시 타면 돼요.”
“타.”
이번에는 목소리에 단호함이 배어 있었고 거부할 수 없는 무게감이었다.
결국 송유리는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마치 택시라도 탄 것처럼 최대한 존재감을 숨긴 채 앉았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자기 주소를 말했다. 괜히 돌아가는 일이 생길까 봐 미리 안전장치를 한 셈이었다.
차는 한적한 도로를 빠르게 달렸다. 차 안은 고요했고 차창으로 스치는 불빛만이 간헐적으로 비쳤다.
송유리는 슬쩍 옆을 보았다.
고인성의 평소 빳빳했던 수트가 오늘따라 조금 구겨진 것 같았다.
살짝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그냥요.”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고인성은 한참을 말이 없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명함은 괜히 준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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