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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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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화

“왕야!” 탕양이 다급하게 불렀다. “왕비가 황제님을 더 노하게 할까 염려됩니다!” 우문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원경릉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그의 귓전에 맴도는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맘대로 하라 그래. 부황은 이미 본왕에 대해 실망할 대로 실망했으니 더 실망시킬 수도 없을거야.” “왕비는 왜 황후께 남주를 선물했을까요? 서일은 애써 그녀의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왜 겠는가? 당연히 아첨하려는 목적이지!” 우문호가 대답했다. “아첨을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서일이 다시 물었다. 탕양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서일을 바라보았다. “바보도 알겠다! 정후는 줄곧 주씨 집안에 기대려고 했지않는가? 이는 자네도 모르는 일은 아닐테고.” 서일은 코웃음을 쳤다. “정후 그 노인네가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 왕야께서 황제에게 총애를 받을 때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다가, 지금 우리가 권세를 잃으니 바로 주씨 집안에 발을 담그려 하다니요!”서일은 우문호가 듣고 있다는 것도 깜빡 잊었다. 우문호가 이를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자 탕양이 서일을 보고 “무슨 헛소리야! 입 다물거라!”라고 소리쳤다. 서일은 자신이 실언했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우문호를 한번 보더니 자신의 입을 막았다. 우문호는 마음이 시큰거렸다. 아무도 그가 마음 속으로 원경릉이 변하기를 바라는지 모른다. 그의 마음 속에는 말할 수 없이 분노와 실망스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원경릉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귓가에 스친다. 그녀는 손을 들어 뺨을 만져보니 피가 손에 묻어나왔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더욱 씩씩하게 걸었다. 걸으면서 피가 뚝뚝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래나 저래나 죽을 목숨, 이깟게 무슨 대수라고.’ 별전과 어서방(御書殿)의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그녀는 평소보다 오래 걸었다. 입구에 다다른 원경릉을 발견한 목여태감이 명원제에게 알렸다. “기다리라고 해.”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릉은 밖에 서서 꼼짝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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