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화
소월각은 긴 정적 속에 잠겼다.
우문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탕양에게 말했다. “태상황님이 무슨 독에 중독 된건지. 가서 알아보거라”
“왕야,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사는 알고 있을 것이야!”
“지금 구사는 어전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어서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방금 구사도 함께 왔다 갔는데 만약 알고 있었다면 알려줬을겁니다.”
우문호의 눈에 독기가 가득찼다. “본왕이 죄를 인정한다고 궁에 가서 알리거라.”
“왕야!” 서일과 탕양이 동시에 그를 보았다. 왕이 미친 것일까? 죄를 인정한다니!
“본왕이 죄를 인정한다. 원경릉이 저지른 일도 다 내가 지시한 일이다.” 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우문호가 자객을 사주했다는 것을 인정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서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왕이 왕비에게 태상황의 병을 치료하게 했다고 해도 그 방식이 옳지 않다.
“안됩니다. 왕야. 지금 편치않은 몸을 이끌고 어찌 죄를 인정하시려고 합니까.”서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탕양이 고개를 들었다. “왕야께서는 왕비를 믿으십니까?”
“다른 방도가 없다!” 우문호가 쏘아붙였다.
“왕야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 왕비님과 한배를 탄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만약 왕비께서 판을 뒤집지 못한다면 왕야의 처지는 더 곤란해지실 겁니다. 이런 결과는 예상하셨습니까?” 탕양은 우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 우문호는 격분하여 소리쳤다. 그에 목구멍에서 피가 끓어 올랐다. 그는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억지로 삼켰다.
기왕(纪王)은 비밀이 새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이미 자객도 자결한 마당에 달리 다른 증거도 없을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 우문호만 죽어나게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원경릉이 황조부를 잘 치료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만약 황조부의 병세가 호전된다면 그 공(功)으로 죄를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문호는 부황의 냉철하고 모진 성격인지 알고 있다. 서일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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