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화
원경릉은 엎드린채 잠이 들었다. 그녀는 칼을 든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살기 위해 몸을 숨겼다. 꿈 속에서 그녀는 쫓기다 못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었고, 그녀가 돌아보자 시퍼렇게 날이 선 장검이 목 아래로 느껴졌다. 그녀는 질끈 감을 눈을 떴고 그 앞에는 흉악한 얼굴의 우문호가 보였다. 우문호가 칼을 들자 얼굴에 피가 튀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고 보니 원경릉의 얼굴이 축축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니 온통 물이 묻어 있었다.
잠에서 깬 그녀 앞에는 물병을 들고 있는 우문호가 보였다. 물병에 주둥이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목이 마르면 마시라고 둔 물병을 나에게 붓다니.’
그녀는 성심성의껏 그를 치료해주고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올라오는 화를 꾹 누르며 연민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타깝네요. 다른 친왕들은 대장부처럼 전장에서 무수히 적들을 섬멸하셨는데, 당신은 고작 나같은 여인에게 물이나 붓는걸 보복이란답시고 하다니.”
우문호는 화가난 눈빛으로 물병을 던졌다. 그 물병은 원경릉 쪽이 아닌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물병이 미끄럽기도 했고, 아픈 우문호가 무슨 힘이 남아서 물병을 던졌겠나. 물병이 콧등을 내리치자 우문호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원경릉은 씰룩거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물병을 집어들어 밖으로 나왔다.
“하하하하!” 문밖으로 나온 원경릉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안쪽에서는 우문호가 콧등을 감싸고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아오! 열받아!”
밖으로 나오니 주홍빛 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문 밖을 지켰던 서일은 문 옆 구석에 쪼그리고 잠이 들어있었다. 원경릉의 웃음 소리에 잠이 깬 그는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
“왕비님…… 괜찮으십니까?”
어찌나 웃었던지 원경릉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서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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