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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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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화

건곤전에서 태상황 곁에 있는 원경릉 우문호는 젓가락을 들고 이미 식은 요리를 들며 원경릉에게, “싸우게? 먹고 힘을 내야 싸우지.” 원경릉은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알고 머쓱해 하며 주섬주섬 비녀를 다시 머리에 꽂고 앉았다. 배가 등가죽에 붙을 수밖에 없는게, 여기 와서 원경릉은 쭉 배를 골았다. 언제든 싸울 수 있게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한 입에 쓸어 넣듯 후다닥 먹어 치웠다. 그런데 우문호는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먹고 있다. 표정은 여전히 침울하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한데 이런 고요함은 마치 태풍전야 같은 기분이다. 원경릉은 마음을 졸이며 밥을 다 먹고, 병풍 뒤로 가서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고 약을 먹었다. 천으로 만든 병풍은 그림자가 비쳐 보여서 우문호는 그녀가 안에서 뭘 하는지 사실 다 알 수 있었다. 요 며칠 사태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원경릉의 변화가 국면의 변화를 가져온 것을 똑똑히 봤다. 우문호는 다시금 소용돌이에 빠졌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할바마마가 좋아지신다면 상관없다. 원경릉의 변화는 초왕부로 돌아가 천천히 조사하기로 하자, 원경릉은 역모는 일으킬 주제가 못된다. 원경릉은 주사를 놓고 약을 입에 넣고 찬물로 약을 넘겼다. 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침전에 돌아가서 기다려, 아무것도 상관 안하고 안 물을 테니, 너도 변명 늘어놓지 말고, 짐은 이제 출궁한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게 왠지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뻔뻔하게 “상처 내가 싸매 줄게.” 하다가 나한테 한 짓을 떠올리고, 속에 없는 말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 나갔다. 원경릉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밥 안 먹고 그냥 가는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데 왜 굳이 먹고 갔을까, 게다가 원경릉이 방금 우문호 마음 속의 그녀 주명취를 그딴 식으로 대했는데 우문호가 이대로 물러선다고? 우문호가 뺨을 때리려고 손을 올린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 앞에 빙빙 돌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우문호의 그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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