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53화
“그러시죠. 소신 더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예친왕 마음속에는 의심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지금 큰아버지께서 온 경성을 이리저리 도망 다니시는 중인데 여기서 보물을 주웠다고 이렇게 떠벌리고 다녔는데 모를 리가 있나?’
역시 예친왕의 걱정은 들어맞았다. 확실하게 산을 조사한 다음 날 전 황제가 아직 사람도 보내기 전에 흑영위가 전부 그쪽으로 괭이를 들고 가서 우공이산이라도 할 기세를 보였다.
전 황제가 이를 알고 기가 차서 죽을 뻔했다. ‘하필이면 보물이 땅속에 있는데, 파내는 게 임자 아냐?’
잠시 후 안풍 친왕이 특별히 좋은 호랑이를 데리고 매화장으로 왔다. 부근 산에서 공무를 볼 일이 있는데 앞으로 한 달 동안 어쩌면 약간의 소음이 매화장에 들릴 수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전 황제는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으나 안풍 친왕의 ‘공무’를 강제로 말릴 수도 없고 따지고 들면 안풍 친왕은 숙왕부 출신으로 휘종제의 적장자니, 명실상부하게 저 보물을 가져갈 자격이 있었다.
안풍 친왕이 호랑이를 데리고 매화장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전 황제가 관리하니 매화장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전 황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단호하게 되받아쳤다. “큰아버지 아쉬우시면 다시 사가시죠.”
안풍 친왕이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바보 같은 녀석 좀 보게, 그게 무슨 소리야? 큰아버지가 어떻게 네가 사랑하는 걸 뺏을 수가 있어?”
전 황제는 하마터면 ‘낯짝이 두꺼워도 유분수지’ 라는 말을 뱉을 뻔하다가 겨우 마음을 가다듬었고 심호흡을 하고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큰아버지 별일 아니시면 가서 공무 보시지요.”
안풍 친왕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웃었다. “별일은 있지. 너랑 상의할 일이 많다.”
전 황제는 터질 거 같은 속을 겨우 다스렸다. “말씀하세지요!”
안풍 친왕이 말을 이었다. “그게 말이야, 내가 지금 숙왕부에 있는데 일하러 보낸 사람도 숙왕부에 살거든. 내일도 여기서 일하는데 매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번거롭고, 건조식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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